러시아 반정부 시위는 '젊은세대의 반란'…푸틴 재선에 변수되나

입력 2017-03-28 11:04   수정 2017-03-28 19:51

러시아 반정부 시위는 '젊은세대의 반란'…푸틴 재선에 변수되나

10·20대가 주축…정부 통제 신문·방송 안 보는 온라인 세대

푸틴 고향·과거 지지율 92% 달했던 지역서도 시위 잇따라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내년 대선을 앞둔 러시아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10대, 20대를 주축으로 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젊은세대의 '정치적 반란'이 또 한 번 대권을 노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재선에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지난 26일 수도 모스크바를 비롯한 전국 80여 개 도시에서 공직자 부패 척결을 요구하며 벌어진 시위에 10대, 20대 젊은층이 대거 참가했으며, 이는 이전과 매우 다른 양상이라고 보도했다.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이들은 블라디미르 푸틴이 대통령이든 총리든 직함을 바꿔가며 권력을 쥔 모습을 아주 어린 시절부터 지켜본 '푸틴 세대'다.

이들은 부모 세대는 달리 정부가 좌지우지하는 국영 방송이나 신문의 영향력이 거의 미치지 않으며, 보통 소셜미디어나 온라인 독립 언론 등에서 정보를 얻는다.

이번 시위가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유튜브에 게재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의 부정 축재 보고서를 계기로 촉발됐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 영상은 현재 1천200만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또한, 이들에게는 임금 체불, 환율 붕괴, 조직범죄 등이 들끓었던 '고난의 1990년대'를 기억하자는 호소도 먹혀들지 않는다. 이는 크렘린궁이 이들의 부모 세대를 상대로 자주 활용하는 선전 방식이다.

젊은층은 오히려 푸틴이 집권하고 나서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경제가 후퇴한 데 불만을 품고 있으며, 부패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시베리아 톰스크 시위 개최를 도운 세르게이 차이코프스키(17)는 "대통령은 자기가 주변에 있는 모두에게 무엇이든 원하는 만큼 훔치도록 허락해도 되는 보스인 줄 안다"면서 "전용기에 애완견을 태우는가 하면 그들을 위한 궁전 건설도 마다치 않는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국민경제국가행정아카데미(RANEPA) 사회과학자 예카테리나 슐만은 "온라인에 익숙한 젊은이들은 일자리와 기회 부족, 정치적 자기표현에 몹시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비서는 이례적으로 "(시위대의) 구호와 제안, 비판의 목소리를 고려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도 "시위에 참가한 상당수의 젊은이가 자금 지원을 받았다"고 주장해 논란을 빚었다.

과거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높았던 지역에서까지 시위가 일어났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푸틴 대통령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시위 참가자 수가 수도 모스크바보다 많았다는 일부 집계 결과가 나왔고, 2012년 대선 당시 푸틴 대통령의 득표율이 92%에 달했던 다게스탄 수도 마하치칼라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러시아 젊은이들이 '10대의 반란'을 보여주기 위해 이번 시위에 참여했다면서 '푸틴 세대'의 정치적 데뷔는 크렘린궁에는 엄청난 정치적 도전을 의미하며, 푸틴 대통령의 권력에도 한층 더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gogog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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