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혜택 노린 위장이혼 규제·트럼프 인프라 공약 불확실성도 '찬물'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 거품을 꺼뜨리기 위해 규제의 끈을 조이면서 철광석·철근 등 금속원자재 가격이 뚝 내려갔다.
27일(현지시간) 중국 다롄상품거래소에서 철광석 5월 인도분 가격은 전날 종가보다 4.7% 급락한 t당 637.5위안까지 떨어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지난 16일 4년 만에 최고가인 t당 735위안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약 열흘 만에 13%가 추락한 셈이다.
상하이선물거래소의 철근 5월 인도분 가격도 전날보다 3.9% 빠진 t당 3천292위안이었다. 이 역시 16일 거래가인 3천692위안 대비 11% 하락한 수치다.
중국에서 거래되는 철광석 및 철근 선물가격은 국제가격의 벤치마크로 꼽힌다.
철광석 가격이 돌연 하락한 것은 중국 당국의 부동산규제 강화 때문이다.
25일 글로벌 타임스에 따르면 인민은행 베이징 영업부는 앞으로 이혼한 지 1년이 안 된 사람이 부동산담보대출을 신청할 경우 본인 부담 계약금 비율을 두 번째 주택매입 수준으로 산정하기로 했다.
현재 중국에서 신혼부부가 처음 주택을 매입할 경우 본인 부담 계약금 비율은 30%, 두 번째 집을 사들이는 경우에는 50%다.
부부가 이혼하고 각자 주택을 매입할 경우 최초 구매자의 혜택을 다시 받을 수 있어 부동산 투기를 위한 위장이혼이 횡행했지만, 이제는 이 같은 편법을 쓰기는 어렵게 된 것이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위축을 예상한 투자자들은 금속원자재 시장에서도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
ANZ 은행의 대니얼 하인스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주택 문제는 철강과 철광석의 약세를 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의 인프라 건설 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철광석 가격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현행 건강보험 대체법안인 '트럼프 케어'가 의회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표결 직전 철회되면서 시장은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부양책도 동력을 잃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간 트럼프의 인프라 투자 약속으로 철강은 물론 알루미늄, 아연, 니켈, 구리 등의 가격 상승이 예견됐지만, 이 역시 어려워진 것이다.
이미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는 아연 3개월물 가격이 1.6% 하락했으며 구리 선물가격도 1.15% 떨어졌다.
철강의 수급 상황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춘제(春節·중국의 설) 이후로 중국에서 철강 생산량이 계속 늘어났지만, 국내 수요가 약한 상황이다.
저우지밍 무디스 투자자 서비스 부사장은 "이 같은 요인들이 한꺼번에 철강 가격을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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