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부인으로서 공적 역할 더 충실해야" vs "한 아이의 엄마 역할이 우선"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가 파파라치조차 찾기를 포기할 정도로 은둔의 생활을 이어가면서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남편을 따라 백악관으로 향하지 않고 뉴욕의 트럼프타워에 머무르고 있는 멜라니아 여사는 길거리는 물론 열한 살 아들 배런이 다니는 사립학교 근처에서도 그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베테랑 파파라치 마일스 딕스는 멜라니아 여사가 대단히 중요한 표적임을 인정하면서도 "사람 찾는 일에서 절대 실패하지 않지만, 멜라니아 여사는 너무나 찾기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이는 활발한 대외 활동을 벌였던 전 퍼스트레이디와는 영 대조적인 모습이다.
힐러리 클린턴은 대통령 당선 후 서둘러 워싱턴으로 향한 남편을 따라가느라 열두 살 딸 첼시의 곁을 떠나야 했다. 이후 의료보험 개혁 등에 깊이 관여해 퍼스트레이디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력을 준 것 아니냐는 비판마저 일었다.
미셸 오바마는 두 딸을 돌보면서도 연방 기관을 활발하게 돌아다니고 초등학교 아이들을 위한 낭독 행사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패션 전문지 보그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반면에 멜라니아 여사는 아들 배런을 키우는 데 전념하면서 공적인 행사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 연설 참관,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영접, 플라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공화당 모금 행사 참석 등 그가 모습을 드러낸 공식 행사는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다.
멜라니아 여사와 가까운 사이인 루이스 선샤인은 "그는 신중하고 침착하며 내성적이어서 속마음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며 "무슨 일을 하더라도 심사숙고한 후에 결정을 내리며, 말과 행동에 있어 모두 사려 깊게 처신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새로운 퍼스트레이디의 모습에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멜라니아 여사를 옹호하는 측은 자녀 교육을 우선하는 그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퍼스트레이디로서의 공적 역할을 소홀히 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뉴욕의 트럼프타워를 찾았다가 WP와 인터뷰한 조지안느 크레이거는 "그는 어머니의 역할을 최우선으로 여기기 때문에 사진 찍는 행사 등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라며 "대단한 여성이라고 생각하며, 사람들이 왜 그를 괴롭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하이오 대학의 역사학 교수인 캐서린 젤리슨은 "내 생각에 그는 퍼스트레이디가 되기를 원치 않는 것"이라며 "멜라니아 여사의 행동은 유명인사의 아내에 대해 사람들이 기대하는, 시대착오적인 역할을 깨뜨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에 재클린 케네디와 낸시 레이건 여사에서 모범을 찾는, 전통적인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멜라니아 여사의 행동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WP는 전했다.
대통령 가족에 대해 연구해 온 린 대학의 로버트 왓슨 교수는 "이것은 이 나라를 이루는 중요한 전통과 의례에 대한 것"이라며 "이는 멜라니아 여사나 아들 배런,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중요한 문제로 여겨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