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사회학자 송두율, 10년만에 새책…자전에세이 '불타는 얼음'

입력 2017-03-28 14:28  

재독사회학자 송두율, 10년만에 새책…자전에세이 '불타는 얼음'

"경계인이 언젠가 사회 갈등 해소하는 실질적 힘이 될 것"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73) 전 독일 뮌스터대 교수가 자전적 에세이 '불타는 얼음'을 내놨다. 2003∼2004년 한국 사회에 국가보안법 논쟁을 불러온 뒤 독일로 돌아가 2007년 펴낸 '미완의 귀향과 그 이후' 후 10년 만이다.

어린 시절부터 유학 시절, 군부독재 시기 해외에서 벌였던 민주화 운동, 해외에서 경험한 분단의 상처들, 2003년 한국 사회에서 격한 논쟁의 대상이 됐던 37년 만의 귀국, 그 뒤 독일에서의 이야기 등을 담은 사실상 회고록이다.

그에겐 '경계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서독유학을 떠나면서 처음으로 경계선을 넘었다"는 그는 "이 경계선을 넘어서니 제국주의와 반제 민족해방투쟁 사이에 있는 첨예한 경계선을 또 만나게 됐고 이를 넘어서기로 결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결단이 내린 결과는 만만치 않았다. 2003년 9월 37년 만에 돌아온 뒤 국가정보원과 검찰의 조사를 받은 뒤 구속됐다. 2004년 검찰은 그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지만 서울고등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받은 뒤 독일로 돌아갔다. 이후 그는 다시 한국 땅을 밟지 못하고 있고 북한에도 갈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김일성 영결식에 초대받아 방북했던 그는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때는 북한의 초청을 받지 못했다. 남쪽을 방문한 자신을 괘씸하게 생각한다는 어떤 북쪽 간부의 이야기가 들린 적이 있어 섭섭하게 생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2015년 조선노동당 창건 70주년에 맞춰 북쪽에 방북 의사를 밝혔을 때에도 아무런 답을 받지 못하자 더 이상의 방북을 포기했다.

그는 "세대교체가 급속히 이뤄지고 있는 북에서 나 같은 사람에게 무엇을 기대하는가라고 자문하면서 나는 앞으로 방북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수십 년간의 사연과 이에 얽힌 수많은 감회를 뒤로하고 내린 어려운 결단이었지만 동시에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았다"고 돌이켜본다.

송 전 교수는 자신이 경계인으로서 37년 만에 귀국했을 때 경험한 '종북'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야만과 광기는 여전하지만 언젠가는 경계인이 사회 갈등을 해소하는 실질적 힘이 될 날이 오리라 믿는다고 토로한다.

"휴전선을 가운데 두고 꽉 막힌 오늘날의 한반도는, 남에서 북을 발견하고 북에서 남을 발견할 수 있는 창조적인 '제3'의 공간이 없다면 하나의 거대한 '출구 없는 방'일 뿐이다. 이 '제3'의 공간을 찾고자 '경계인'들이 모여 '집단적 단수'인 경계인이 될 때, 남북에서 그리고 해외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들어갈 수 있는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으로 믿는다. 이럴 때 '경계인' 송두율도 그런 경계인의 한 사람이 될 것이다."(372쪽)

책 제목 '불타는 얼음'은 '절제할 줄 아는 낙관주의'의 은유적 표현이다. 희망과 절망, 그리고 또 희망, 낙관과 비관 그리고 또 낙관의 열린 과정을 의미하는 말이다. 젊은 날 꿈꿨던 '고향'은 현실의 벽 앞에 사라졌지만 미래의 '고향'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여전히 품고 있는 저자의 태도를 보여준다.

올해로 독일 생활 50년째를 맞은 송 전 교수는 이 책에 대해 "열두 권째이면서 동시에 마지막이 될 우리말 단행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독일어로 책 '현대성의 구성'(Zur Konstituion der Moderne)을 집필하고 있다.

후마니타스 펴냄. 396쪽. 1만8천원.






zitr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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