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장시호 등 공소사실 변경 불가피…재판 영향도 주목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삼성으로부터 받은 자금을 뇌물로 판단함에 따라 이미 기소돼 재판을 받는 관련 공범들의 공소장 변경 등 후속 조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에 298억원대(약속 금액 433억원) 뇌물수수 혐의를 명시했다.
'40년 지기' 최순실(61)씨와 공모해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주고 받은 대가성 자금이라는 것이다.
최씨가 설립한 독일법인 코레스포츠와 213억원대 컨설팅 계약을 맺고 수령한 77억 8천735만원 ▲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16억 2천800만원 ▲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 등을 모두 뇌물로 봤다.
작년 10∼11월 1기 특수본은 영재센터 후원금과 재단 출연금이 박 전 대통령측의 강요로 지급된 점에 무게를 두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강요 등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특검이 이를 모두 대가성 자금이라고 판단, 이 부회장을 뇌물공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기며 사건 구도가 뇌물로 180도 방향 전환했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에는 특검이 구성한 뇌물 혐의의 사실관계가 여과 없이 들어있다. 사실상 특검의 수사 결과를 그대로 수용한 셈이다.
다만, 재단 출연금과 영재센터 후원금을 바라보는 미묘한 시각차가 눈에 띈다.
검찰은 재단 출연금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직권을 남용함과 동시에 이에 두려움을 느낀 이재용으로 하여금 미르재단에 125억원, K스포츠재단 79억원을 각각 출연하도록 해 204억원의 뇌물을 공여하게 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재단 출연금을 '직권남용·강요의 결과이자 뇌물도 된다'는 식의 이중적 의미로 해석했다고 보이는 대목이다.
하나의 행위에 두 개의 혐의를 동시에 적용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는 관측이다. 1기 특수본과 특검 수사 결과를 절묘하게 절충한 표현으로도 해석된다.
검찰은 향후 추가·보강 수사를 거쳐 박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기는 시점에는 어떤 식으로든 재단 출연금의 성격을 정리해 혐의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이와 달리 영재센터 후원금은 이론의 여지 없이 뇌물로 판단했다. 1기 특수본이 적용한 직권남용·강요 혐의는 아예 빠졌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영재센터 후원은 삼성의 단독 행위지만 재단 출연금은 자금을 낸 다른 기업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어 달리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영재센터의 경우 뇌물로 최종 결론이 나면 이미 재판을 받는 다른 공범들의 공소 사실도 변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재센터 후원금과 관련해 최씨와 최씨 조카 장시호(38)씨와 김종(56)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이 직권남용·강요 등 혐의의 공범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장씨와 김 전 차관 등 재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공판에서 "영재센터 후원금은 모두 최씨가 알아서 한 것"이라는 취지로 증언하고 있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뇌물 혐의를 확정할 경우 이들은 법적인 '올가미'를 벗을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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