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 그들이 살고 있어"…미스터리 스릴러 '시간위의 집'

입력 2017-03-28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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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그들이 살고 있어"…미스터리 스릴러 '시간위의 집'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1992년 비가 내리던 어느 날, 2층짜리 한 저택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남편(조재윤)은 칼에 찔려 숨져 있고, 아들은 핏자국만 남긴 채 감쪽같이 사라졌다. 사건 현장에 있던 가정주부 미희(김윤진)는 남편과 아들을 살해한 범인으로 몰린다.

25년의 수감 생활 후 가석방된 미희는 실종된 아들을 찾기 위해 원래 살던 집으로 돌아간다. 미희는 "그들이 우리 아들을 데려갔다"는 말만 반복하고, '그들'이 아직도 집에 있다고 말한다.

미희를 도우려는 최 신부(옥택연)도 그 집에 무엇인가가 있다고 확신하고 미희를 대피시키려 한다.

도대체 25년 전 그날,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영화 '시간 위의 집'은 하우스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를 표방한다. 등장인물들이 거대한 저택을 배경으로 악령과 같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겪으며 공포를 느끼는 하우스 호러는 할리우드에서는 단골 장르지만, 국내에서는 이색 장르에 속한다. '시간 위의 집'은 미스터리한 범죄 사건을 풀어나가면서 긴장감과 공포감을 서서히 끌어올리는 전략을 취한다.


영화는 1992년과 2017년 현재를 교차해 보여주며 퍼즐을 맞춰나간다. 이 과정에서 집에 존재하는 '그들'을 찾기 위해 무당이 신 내림을 시도하는 장면이나, 스크린이 암전된 상황에서 '그들'의 목소리만 들리는 장면 등 관객들의 심장을 쪼그라들게 할 만한 장면도 제법 나온다.

특히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은 공포와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긴 복도와 다다미방, 지하실 등을 갖춘 미희의 저택은 마치 미로처럼 구성돼 있어 당장에라도 무언가 튀어나올 것 같은 음산한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살고 있다'는 가정만으로도 가장 행복하고 안전한 공간이어야 할 집은 지옥 같은 공간으로 바뀐다.

영화는 상당 부문 김윤진의 연기에 기댄다. '국제시장'(2014), '이웃사람'(2012), '하모니'(2010), '세븐데이즈'(2007) 등에서 다양한 모성애 연기를 펼친 김윤진은 이 작품에서 오로지 아들을 지키기 위해 외로움과 공포, 절망에 맞서 싸운 어머니의 모습을 절절하게 표현해냈다.

김윤진은 젊은 미희와 노인이 된 미희까지 사실상 1인 2역을 소화해냈다. 전작 '국제시장'에서도 노년을 연기한 적이 있지만, 이 작품에서는 후두암에 걸린 미희를 표현하기 위해 쉰 목소리를 내는 등 남다른 노력을 했다.

김윤진은 28일 시사회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그동안 다양한 영화에서 모성애 연기를 했지만, 이 작품 속 미희의 모성애는 신의 선물로 이뤄진 모성애"라며 "사랑이 한 사람의 운명도 바꿀 수 있다는 묵직한 주제가 담긴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다만, 남편인 철중의 모습이 다소 투박하고 단선적으로 그려진 점은 아쉽다. 철중은 불의의 사고로 사랑하던 둘째 아들을 잃은 뒤 슬픔을 감당하지 못하고 미희의 전남편의 아들 효제에게 분노를 표출한다.

사건의 주요 실마리가 되는 철중의 이런 행동은 설득력이 있기보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이는 조재윤의 연기가 부족해서라기보다, 애초 캐릭터 설정 자체에서 비롯된 한계로 보인다.

그룹 2PM 출신으로 연기자로 자리 잡은 옥택연이 신부 역할을 맡아 비교적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스승의 은혜'(2006) 등으로 스릴러 호러 장르에 강점을 보여온 임대웅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검은 사제들'(2015)의 장재현 감독이 각본을 맡았다. 4월 5일 개봉.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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