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1970∼80년대 유럽을 떨게 한 악명높은 테러리스트 '카를로스 더 자칼'이 세 번째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프랑스 파리 테러특별법정은 28일 오후(현지시간) 선고공판을 열고 살인과 테러 등의 혐의로 기소된 그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카를로스 더 자칼'이라는 별명으로 훨씬 유명한 일리히 라미레스 산체스(67)는 이번 재판에서 1974년 파리 도심 카르티에 라탱 지구의 쇼핑몰에 수류탄을 던져 2명을 숨지게 하고 34명을 다치게 한 사실이 인정됐다.
자칼은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살인청부업자에서 테러리스트로 변신한 인물이다.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신출귀몰하게 도망 다닌다고 해서 당시 언론들이 첩보소설의 거장 프레데릭 포사이스의 작품 주인공 이름을 붙여줬다.
그는 1970∼80년대 유럽 각지에서 팔레스타인 해방을 주장하며 각종 테러를 일으키다가 수단에서 1994년 프랑스 정보요원들에게 체포돼 프랑스로 압송됐다.
자칼은 이번 판결로 세 번째 종신형을 받았다. 사형제를 운용하지 않는 프랑스에서는 종신형이 법정 최고형이다.
그는 프랑스로 압송된 뒤 지난 1975년 파리에서 두 명의 경찰관과 자신을 배신한 전 동료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첫 종신형을 받았다.
이후 그는 1982년과 1983년에 각각 파리와 마르세유에서 총 4건의 폭탄테러를 저질러 11명을 숨지게 하고 150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옥중 기소돼 두 번째 종신형을 언도받았다.
자칼은 지난 13일 법정에 출석해서는 과오를 뉘우치지 않는 발언으로 공분을 샀다.
재판장이 직업을 묻자 그는 "프로페셔널 혁명가"라면서 후회는 없느냐는 질문에 "후회는 한다. 나는 인정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죽여야 할 사람들을 죽이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답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에서 나보다 더 많이 사람을 죽인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모든 투쟁에서는 불행하게도 부수적으로 희생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급박한 상황과 마주쳤을 때 어떻게 행동하느냐고 판사가 묻자 "현장을 한번 쓱 본 뒤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총을) 쏜다. 나는 인정사정없다. 태어나길 그렇게 태어났다"며 자신이 '타고난 킬러'임을 자랑스러워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또한, 검사의 추궁에 무죄를 주장하면서 "(범인이) 아마 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증거가 없지 않으냐"고 발뺌하기도 했다.
자칼은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요구해선 안 된다면서 단체의 활동기밀을 누설하면 자신의 생명이 위협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자칼의 변호인은 "미디어가 사법적 진실을 압도했다"면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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