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특별대리인'이 원고 역할 맡을 듯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과 맺은 채무 관계를 앞세워 신 총괄회장의 계열사 지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자, 실제 압류·명의변경 등을 막기 위해 결국 신동빈 롯데 회장 등 나머지 자녀들이 법정 소송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일단 법원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정신건강 문제로 재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소송의 주체가 되기 어렵다고 판단, 가족이 아닌 제 3자를 '특별대리인'으로 지정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신동빈(62) 롯데 회장, 현재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혐의로 구속 중인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유미(34) 롯데호텔 고문은 법원에 신격호 총괄회장 재산에 대한 신동주 전 부회장의 강제집행 청구(권리행사)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말 신격호 총괄회장이 "채무자 자격의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 재산에 대해) 즉시 강제집행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집행 공증 문서'를 받은 직후였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올해 초 신 총괄회장에게 2천억 원 이상의 돈을 빌려줬고, 신 총괄회장은 이 돈으로 지난해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부과된 2천126억 원의 증여세를 납부했다. 신 전 부회장은 대여금에 대한 권리로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지분 등 아버지 신 총괄회장 재산에 대한 집행권원(강제집행 권리)을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을 제외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나머지 세 자녀는 신동주-신격호 사이의 채무 계약(금전소비대차 계약)이나 이에 따른 신동주 전 부회장의 강제집행 권리 모두 신 총괄회장의 '정신 미약' 상태에서 체결되거나 확보된 것인 만큼 '원천 무효'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들은 신격호 총괄회장을 원고로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의 채권과 강제집행 권리에 대한 이의 소송을 제기하는 동시에 아버지 정신건강 상태를 고려, 자신들(신동빈·영자·유미)을 신 총괄회장의 '특별대리인'으로 지정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강제집행 관련 이후 절차를 정지시켜달라는 '잠정 처분' 신청서도 함께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는 27일 이 소송 건과 관련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특별대리인'으로 사단법인 '선'을 지정했다. '선'은 지난해 8월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법정대리인) 지정 신청 재판 1심에서 가정법원이 신 총괄회장의 한정 후견인(법정대리인)으로 선임한 법인이다. 선은 앞으로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신해 원고로서 소송을 계속 진행할지를 판단할 전망이다.
이해관계가 얽힌 신동빈 회장 등 다른 자녀에게 직접 신 총괄회장을 대리하도록 허용하지 않았지만, 어쨌거나 법원이 신 총괄회장의 '특별대리인' 필요성을 인정한 만큼 그동안 신동주와 체결한 계약 등도 신 총괄회장의 의지와는 무관하다는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게 롯데 측의 해석이다.
롯데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은 지난해 이미 정신적 문제가 인정돼 법원으로부터 '한정후견인(법정대리인)' 대상이라는 판결을 받았다"며 "조만간 최종심을 통해 신 총괄회장에 대한 '한정후견인' 지정이 확정되기 전에 신동주 측이 총괄회장의 지분 등을 변칙적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적 문제가 있는 신 총괄회장의 재산이 신 총괄회장의 의지와 달리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계속 법률적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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