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한 계획살인' 십년지기 친구 살해 30대女 구속영장

입력 2017-03-29 08:54   수정 2017-03-29 11:19

'치밀한 계획살인' 십년지기 친구 살해 30대女 구속영장

시신에 불지르려 옷 2번 갈아입고·휴대전화 통화내역 조작까지

알리바이 조작에 관여한 남성은 석방·불구속 상태서 조사

(시흥=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경기 시흥에서 십년지기 친구를 살해한 뒤 시신에 불을 지른 30대 여성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경기 시흥경찰서는 29일 강도살인 및 사체훼손, 현주건조물방화 등 혐의로 이모(38·여)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공범으로 검거한 강모(48)씨는 범행 가담 정도를 감안,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하기로 하고 일단 석방했다.

이씨는 지난 20일 오전 5시께 시흥시 정왕동 A(38·여)씨의 원룸에서 A씨를 흉기로 40여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어 시신을 방 안에 방치해놨다가 26일 오전 3시 40분께 원룸에 다시 찾아가 시신 상반신에 종이박스와 옷가지 등을 올려놓고 불을 지른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이씨는 A씨에게 200만원을 빌린 뒤 갚는 문제를 놓고 다투다가,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씨가 A씨 명의로 대출을 받기 위해 살해 전 A씨를 묶어 놓고 흉기로 찌르면서 개인정보를 알아낸데다, A씨 시신에서 40여차례에 걸친 흉기 상흔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우발적인 범행은 아닌 거로 보고 있다.

이씨와 A씨는 10년 전부터 친구로 알고 지낸 사이로 전해졌다.

이씨는 살해범행 뒤 A씨의 휴대전화와 개인정보를 이용해 대출을 신청, 24일 신용카드사로부터 1천만원을 대출받아 600만원을 생활비로 쓴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이씨가 살인범행 전 A씨로부터 원룸 출입문 비밀번호까지 알아낸 것은 며칠 뒤 재방문해 증거를 인멸하려는 계획까지 세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이씨는 시신에 불을 질러 증거를 인멸하려 한 26일 새벽, A씨의 원룸 근처까지 택시를 타고 가서 옷을 갈아입은 뒤 범행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다른 옷으로 갈아입는 등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려는 모습을 보였다.

또 A씨가 이미 숨진 뒤인 23일부턴 A씨 휴대전화로 지인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A씨가 살아있는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이씨와 함께 있다가 긴급체포된 강씨는 이씨가 방화할 당시인 26일 새벽 이씨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서울 집 근처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통화내역을 조작한 혐의(범인은닉)를 받고 있다.

다만 "살인범행에 대해선 전혀 몰랐다"라고 진술하고 있어, 경찰은 알리바이 조작에만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하기로 했다.

숨진 A씨는 지난 26일 오전 7시 55분께 "이웃집에서 연기가 난다"는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발견됐다.

시신은 상반신에 박스와 옷가지 등이 올려진 채 불에 탔고, 얼굴과 지문 등이 불에 일부 훼손된 상태였다.

이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30일 열릴 예정이다.

goal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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