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원 이상 써낸 듯…인수성공 땐 낸드플래시 2위로 도약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 SK하이닉스가 세계 2위의 낸드 플래시 생산업체인 일본 도시바의 메모리 사업부문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일본의 재무적 투자자(FI)들과 손잡고 이날 낮 12시에 마감되는 예비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시바는 지난 2월 메모리 반도체 사업 부문의 매각 대상 지분을 19.9%로 제한해 입찰에 부쳤다가 흥행에 실패하자 이번에 매각 지분을 50% 이상, 최대 100%까지로 확대했다. 경영권까지 넘겨주겠다는 것이다.
1차 입찰 때 2조∼3조 원을 써냈던 SK하이닉스는 과반의 지분 인수를 조건으로 경영권 프리미엄 비용을 보태 10조 원 이상을 인수가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SK하이닉스 측은 "도시바 입찰과 관련해서 응찰 여부를 포함, 아무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입찰 조건으로 '비밀유지협정(NDA)' 조항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입조심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입찰에는 SK하이닉스 외에 대만의 훙하이 그룹 계열사 폭스콘, 미국 반도체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러지와 웨스턴디지털(WD) 등이 뛰어들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도체 업계 1위인 삼성전자[005930]는 도시바 메모리 인수 시 반독점 규제에 걸릴 것이 확실한 만큼 인수전 참여는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는 오는 3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메모리 사업부문의 분사를 결의하고 오는 6월께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전 참여는 반도체 사업을 키워가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최태원 회장의 최측근이자 SK그룹 내 최고의 인수합병(M&A) 전문가인 박정호 SK텔레콤[017670] 사장이 이번 도시바 인수전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그는 최근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과 함께 도시바 인수와 관련한 일본 출장을 다녀오는 등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회장은 2012년 매물로 나온 일본의 반도체 업체 엘피다의 인수를 추진하다가 접은 바 있다. 엘피다는 미국 마이크론이 차지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에 도시바 메모리의 예비 입찰을 통과해 본입찰에 들어가면 실사를 통해 면밀히 사업성 등을 따져본 뒤 최종 인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는 작년 4분기 기준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 도시바, 미국 웨스턴 디지털, 마이크론에 이어 점유율 5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메모리를 품에 안으면 단숨에 2위로 뛰어오른다.
낸드 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메모리 반도체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저장장치에 주로 쓰인다.
freem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