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말레이, 자국이 北외화벌이 거점으로 활용됐는지 조사"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말레이시아가 김정남 암살사건의 여파인 '인질외교 협상' 중에 북한 외화벌이를 옥죄는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사 대상은 그간 말레이 내에서 자유롭게 영업해온 업체들이라서 수사 경과가 양국이 벌이는 협상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말레이 경찰은 북한이 자국 기업을 활용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했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말레이 경찰은 특히 말레이시아코리아파트너스(MKP)를 집중 조사 대상으로 삼고 있다.
MKP는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해 아프리카에서 여러 건설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앙골라, 잠비아에서 지난 십 년간 수천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한 인권단체에 따르면 이 회사 북한 노동자들은 해외에서 근무하는 조건으로 수입의 상당 부분을 북한 당국에 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MKP의 북한인 임원이 말레이와 아프리카에서 북한 외교 차량을 이용했으며, 아프리카 공항에서 현지 주재 북한 대사의 영접을 받는다고 전했다.
앞서 말레이 일간 더 스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보고서를 인용해 MKP가 합작투자 형태로 말레이 ICB금융 평양지점을 개설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으로 조사를 받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현지 매체들은 MKP가 1964년 설립됐으며 북한인 무역상인 한훈일(에드워드 한)이란 인물이 운영하는 업체라고 전했다.
북한 정권과 연계된 기업에 대한 이 같은 불법성 조사는 그 시점 때문에 따로 주목을 받고 있다.
말레이는 북한과 비자면제협정을 체결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로 북한 기업과 북한 노동자 1천명 가량이 현지에 진출해 활동하던 주무대였다.
그러나 지난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이 김정남이 말레이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살해된 뒤 수사를 둘러싸고 양국관계가 급속도로 악화했다.
북한과 말레이는 각각 자국 내 상대국 외교관, 국민의 출국을 금지한 뒤 이들의 억류 해제, 김정남 암살사건 수사 등을 두고 협상하고 있다.
WSJ는 말레이가 이번 조사를 통해 자국이 북한의 외화벌이 거점으로 활용됐는지를 파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말레이 당국은 말을 아끼고 있으나 이 같은 계획은 북한과 연계된 기업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말레이가 북한과의 협상에서 진통을 겪으면서 북한을 압박하려는 수단으로 외화벌이 옥죄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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