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SK하이닉스가 일본 최대의 반도체 기업이자 낸드 플래시 세계 2위인 도시바의 메모리 반도체 부문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낸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일본의 재무적 투자자(FI)들과 손 잡고 도시바 반도체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낸드는 D램과 더불어 메모리 반도체의 양대산맥이다.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낸드는 정체된 D램과 달리 당분간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시장이다.
SK하이닉스는 D램에선 업계 2위의 위상을 갖고 있지만 낸드 부문에선 취약한 게 사실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작년 4분기 낸드 시장에서 도시바는 세계 2위(점유율 18.3%), SK하이닉스는 5위(9.6%)이었다. 삼성전자는 압도적인 점유율(37.1%)로 1위를 지키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를 품에 안는다면, 낸드 부문에서 단숨에 업계 2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D램 투자를 작년보다 줄이는 대신 낸드 투자를 늘리기로 한 상태다.
다만 도시바의 기술력이 어디까지 왔는지 실사 등을 통해 꼼꼼히 따져본 후 최종 인수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낸드 기술 흐름이 평면 형태인 2D(차원)에서 수직적층형 3D 기술로 옮겨갔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 분야의 독보적인 기술을 가진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업체 간 3D 낸드 기술에 큰 차이가 없어 그다지 인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도시바와 SK하이닉스가 3D 낸드 기술력에서 큰 차이가 없고 시너지 창출 가능성도 크지 않다면, SK하이닉스로선 굳이 무리할 이유가 없다. 재무적 부담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SK하이닉스는 2012년에도 D램 업계 3위이던 일본 업체 엘피다를 인수하기 위해 제안서를 제출하고 실사를 벌였지만 본입찰에는 불참했다. 당시 SK하이닉스는 "엘피다에 대한 가치 판단을 정확히 할 만한 정보와 시간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수전에는 SK하이닉스 외에도 웨스턴 디지털(WD), 마이크론, 훙하이, TSMC, 칭화유니그룹 등 10여 곳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로선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굴기'를 꿈꾸는 중국 업체들이 도시바를 인수하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다.
중국 업체들이 디스플레이 분야의 사례처럼 공격적인 투자로 반도체 생산능력을 키우고 기술 수준을 끌어올린다면 공급과잉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업계 1위 삼성전자에도 위협 요인이다.
다만 일본 내에서 중화권 업체에 대한 핵심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 중국업체가 인수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나마 미국이나 일본 업체가 인수한다면 파급력이 덜할 것으로 관측된다. 공급망이나 투자 여력 측면에서 현재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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