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크라이나 아동도서 한반도 지도에 실린 '개 한마리'

입력 2017-03-2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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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우크라이나 아동도서 한반도 지도에 실린 '개 한마리'

中·日과 달리 별도 소개 페이지도 없어…"中 속국으로 오인될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우크라이나 아동도서의 한반도 지도에 한국의 문화나 역사에 대한 어떤 소개도 없이 달랑 개 한 마리만 그려져 있는 다소 당혹스러운 사실이 확인됐다.

29일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 아동용으로 출간된 '세계지도'(105쪽·스타로브 레바刊·28×37.5cm)에서 중국을 소개(50∼51쪽)한 부분을 보면 한반도 지도에 다른 내용은 전혀 없이 페키니즈 종인 개 한 마리만 내걸려 있다.

반크는 지난 14∼18일 우크라이나 주재 한국대사관의 초청으로 현지를 방문해 '한국-우크라이나 디지털 공공외교대사' 200명을 선발해 교육했고 그 기간에 이 책을 입수했다.

'세계지도'는 폴란드 부부 작가인 알렉산드라 미지엘린스키와 다니엘 미지엘린스키가 그린 지도책으로, 어린이들에게 각국 지도를 통해 문화유산과 유적, 특산물 등을 알려준다. 현재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25개국에서 출판됐으며, 반크가 입수한 책은 2014년 우크라이나어로 번역해 출판한 것이다.

이 책을 살펴보면, 중국은 2쪽에 걸쳐 큰 지도를 그린 뒤 각 도시 이름과 함께 만리장성, 자금성, 병마총, 판다 등 대표 상징물을 그려 넣었다.

일본(58∼59쪽)을 소개하는 지도도 도쿄와 오사카, 오카오카 등의 도시명과 함께 각 도시를 상징하는 유적과 문화유산 등을 안내하고 있다. 지도밖 하단부에는 전자제품, 자동차, 기모노, 게이샤 등의 그림을 별도로 그려 일본을 대표하는 상징물로 알려준다.

하지만 한국을 소개하는 페이지는 아예 없고 중국 부문에서 개를 덩그러니 그려 넣은 한반도 지도만 보여줄 뿐이다.

이 개는 고대 중국의 왕실에서 기르던 몸집이 작은 애완견이어서 한반도가 중국의 일부로 여겨지거나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을 개로 인식하게 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이 책을 본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은 마치 한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문화유산이 '페키니즈'인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며 "한국의 국제사회 위상으로 볼 때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의 역사 교과서나 백과사전, 웹사이트도 주로 중국과 일본의 역사 관점에서 한국을 소개한다. 특히 한국 역사를 중국과 일본의 속국으로 인식하게 할 수 있는 부정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우크라이나 디지털 공공외교대사'에 선발된 우크라이나 대학생 카테라냐(26)는 해당 출판사에 항의 서한을 보냈고, 출판사 측은 "폴란드 저자가 한국 소개 페이지를 추가해 집필한 새로운 책의 번역본을 곧 출간할 계획"이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반크는 앞으로 공공외교 대사에 선발된 우크라이나 청년들과 협력해 2개월 동안 현지 출판물의 한국 관련 오류를 시정하는 활동을 집중적으로 전개하기로 했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동영상 등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해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알릴 계획이다.

또 이들이 만든 디지털 콘텐츠를 바탕으로 우크라이나어와 러시아어로 구축한 모바일 웹사이트를 개통해 유럽에도 디지털 한류를 확산해 나갈 방침이다.




ghw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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