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원전 절반 지은 130년 전통 美웨스팅하우스 몰락 이유는

입력 2017-03-2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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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원전 절반 지은 130년 전통 美웨스팅하우스 몰락 이유는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1886년 창립돼 원자력 발전소 건설의 역사를 써온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어쩌다 미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할 지경이 됐는지 관심이다.

미 연방파산법 11조에 따라 파산보호신청을 하면 미국 법원은 해당 기업의 채무이행을 일시 중단시키고 자산매각 등을 통해 기업 정상화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전 세계 원전의 절반을 건설했을 정도로 승승장구하던 웨스팅하우스의 위상을 고려하면 믿기지 않는 일이다. 나아가 웨스팅하우스는 10여 년 전 비싼 값에 자사를 인수한 일본 모기업 도시바까지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웨스팅하우스는 1886년 조지 웨스팅하우스가 교류전기 시스템을 판매하기 위해 창립한 기업이다. 원자로 제조 분야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것은 2차 세계 대전 이후로 알려져 있다. 한때 가전제품은 물론 미국 CBS방송 등 방송사까지 사업영역을 넓히며 잘 나갔다.

하지만 부실이 커지자 2005년 원전부문 매각에 나섰다.

도시바는 물론 제너릭일렉트릭(GE)과 두산중공업 같은 원전 분야의 강자들이 인수경쟁에 뛰어들면서 웨스팅하우스의 몸값은 뛰어올랐다.






도시바는 당시 예상 매각가격 17억 달러의 3배에 달하는 54억 달러(약 6조 원)를 써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런 매수가격은 웨스팅하우스 연간 영업이익의 37배에 달했다.

도시바의 품에 안긴 2006년만 해도 웨스팅하우스의 미래를 의심하는 시각도 드물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원전을 건설하고 전 세계 원전 가운데 절반 가까이에 원천기술을 제공한 원전건설의 대명사였기 때문이다. 한국 첫 상업용 원전인 고리1호기 건설도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전수 덕택에 시작됐다.

도시바는 웨스팅하우스를 사들인 덕택에 프랑스 아레바, 미국 GE와 함께 글로벌 원전건설을 이끄는 선두그룹으로 발돋움했다. 웨스팅하우스도 미국과 중국에서 잇따라 원전 수주를 하는 등 성공스토리를 한동안 이어갔다.

하지만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후쿠시마 제1원전 원자로 6기 중 3기에서 멜트다운이 발생하면서 모든 게 바뀌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적했다.

멜트다운이 발생한 원자로 3기 중 2기는 도시바가 만든 것이었다.

사고 후 일본은 가동 중인 50개 원자로를 폐쇄했고, 다른 국가들도 원전계획을 재검토했다.

이에 따라 웨스팅하우스를 중심으로 실적이 악화하면서 도시바 내에서 단기실적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압박이 강해졌고, 이는 2015년 회계부정 스캔들로 이어졌다는 게 FT의 설명이다.




웨스팅하우스가 도시바에 인수된 이후 최첨단이라고 자랑하면서 원전 건설 때 적용했던 신기술 AP1000에서 안전상 결함이 발견되고, 공기 지연이 이어진 것도 원전 공룡을 기울게 만든 배경이 됐다.

웨스팅하우스는 급기야 모기업인 도시바에 원전사업 손실 7천억 엔(약 7조 원)을 떠안기면서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하는데 이르게 됐다.

웨스팅하우스 탓에 80년 전통의 일본 간판급 기업인 도시바도 사실상 해체수순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도시바메디컬시스템스를 캐논에, 백색가전 부문을 중국 메이디에 각각 팔아치운 도시바는 이날 주력인 반도체 사업부문(도시바 메모리)의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입찰제안서를 받았다. 이번 도시바메모리 지분 매각은 웨스팅하우스의 손실 탓에 초래된 자본잠식 상태에서 빠져나오려는 궁여지책이다.

yuls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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