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목표제 유용성 커져…한국경제 역동성 되찾기 쉽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29일 "우리나라 통화정책은 미국의 통화정책이 아니라 우리나라 경기 및 인플레이션 상황과 전망을 기초로 수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조 위원은 이날 서울시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과 오찬간담회 강연에서 "우리 거시경제 여건이 미국과 다르게 전개된다면 우리의 통화정책은 미국과 다른 모습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충분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정책금리를 올렸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반드시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세계 경제와 우리 거시경제의 연계가 강화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미국과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이 동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조 위원은 통화정책에 유익한 잠재성장률이나 '중립금리'는 직접 관찰할 수 없는 변수로 불확실성이 크다며 "투명하고 일관된 통화정책의 기본 프레임워크(틀)를 제공하는 물가안정목표의 유용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통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경기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금리를 말한다.
한은은 2016∼2018년 달성할 중기 물가안정 목표를 연 2%로 제시하고 있다.
조 위원은 "최근 확산하는 '통화정책의 유효성 저하' 논란에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며 "여전히 통화정책은 단기적으로 실물경기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통화정책이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로가 있다면 그것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급등락을 제어함으로써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을 축소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위원은 한국경제가 출산율 저하 등으로 역동성을 되찾기 쉽지 않다는 진단도 내놨다.
그는 "우리 경제가 지난 30년간의 성장률 하락추세에서 벗어나 과거 역동성을 되찾는 극적인 반전을 이룰 수 있을지 예단할 수 없지만, 현실적 제약요건들을 고려할 때 낙관적 시나리오를 기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10∼20년간 노동인구로 진입할 유·청년층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미래의 노동력 증가세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며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자본장비율 통계뿐 아니라 수많은 장치산업의 과잉설비 등으로 빠른 자본축적을 통한 성장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기득권'의 양보 내지 포기를 수반하는 개혁이 필수적이고 이는 사회갈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조 위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1980년대 후반 이후 연평균 0.2% 포인트씩 떨어졌다.
noj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