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60대 여성에게 전화해 딸이 납치됐다고 속여 돈을 가로채려 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인출책이 택시 기사의 신고와 경찰의 기민한 대처로 붙잡혔다.
지난 28일 오후 1시께 B(67·여)씨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 속 남성은 "친구의 보증을 선 딸이 돈을 안 갚아 납치해 지하 창고에 붙잡고 있다. 3천만원을 가져오라"고 협박했다.
수화기 너머로 '엄마'를 외치며 울먹이는 여성의 목소리를 딸이라고 착각한 B씨는 어쩔 줄 모르며 남성이 시키는 대로 은행에서 965만원을 찾아 택시를 잡아탔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B씨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동구의 한 은행, 지하철 부산역, 부산역 대합실 물품보관소 등으로 접선 장소를 바꿨다.
택시에서 안절부절못하던 B씨는 보이스피싱 일당과 통화하던 중 택시 기사에게 '딸이 납치된 것 같다'고 적은 쪽지를 보여줬고 이를 본 기사가 B씨를 태운 채 인근 동부서 초량지구대로 가 신고했다.
사정을 들은 경찰은 보이스피싱 사건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바로 검거작전에 돌입했다.
B씨로 하여금 돈 봉투를 물품보관소에 넣어두고 비밀번호를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알려주라고 한 뒤 경찰은 주변에서 잠복에 들어갔다.
경찰은 1시간여 뒤인 오후 3시 45분께 물품보관함에서 돈뭉치가 든 봉투를 꺼내던 말레이시아 국적의 A(37)씨를 '날라 차기'를 해 쓰러뜨린 뒤 체포했다.
경찰은 B씨의 딸이 별다른 피해 없이 직장에서 근무 중인 사실을 확인했다.
부산 동부경찰서는 29일 사기 혐의로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A씨에게 지시를 내린 보이스피싱 조직을 뒤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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