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육군의 한 공병부대가 지뢰제거 작전을 수행하면서, 부모가 동의하지 않은 장병을 작전에서 제외한 사실이 알려졌다. 해당 부대는 경기도에 있는 대대급 공병부대로 다음 달부터 두 달간 6ㆍ25 때 매설된 지뢰를 제거하는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다. 이 부대 대대장은 작전에 투입될 병사를 선발한 뒤 동의서를 보내, 부모가 동의하지 않은 장병은 제외했다고 한다. 이 부대는 작년에도 지뢰제거 작전을 하면서 동일한 선발 과정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규정상 지뢰제거 작업에 부모 동의서가 필요하지는 않으나 작업의 위험성을 고려해 취해진 조치였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것이 군대라는 조직의 기본적 목적에 부합하는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뢰제거 작업에 투입된 장병의 부모가 형평성 문제를 들어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육군은 상급부대 차원의 지침은 아니었다고 해명하는 한편, "정상적인 군사작전 투입 여부를 부모에게 묻는 건 적절치 않기 때문에 즉각 시정조치 했다"고 밝혔다. 당연한 조치이며 앞으로도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해당 부대장이 군에 자식을 보낸 부모의 입장을 배려했다고는 하지만, 이는 불필요한 행동일뿐더러 나아가 군 기강의 해이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기술적 정전상태인 한반도에서 군은 언제라도 전투에 임할 태세를 갖춰야 하며 이를 위해 평소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군의 기강은 이런 전비 태세를 받쳐줄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다.
해당 부대가 부모 동의를 구한 이유 중 하나는 2015년 8월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북한의 지뢰도발 사건으로 부모들의 걱정이 커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뢰제거 작전과 북한의 지뢰도발을 연결하는 발상 자체가 무리라는 점을 모를 리 없는 군이 이렇게 대처한 건 실망스럽다. 모든 군 작전은 위험을 내포할 수밖에 없지만 철저히 준비하고 교범을 준수하면 안전사고는 막을 수 있다. 만에 하나 준비되지 않은 병사가 있어 작전을 위태롭게 할 소지가 있다면 부모 의견을 물을 게 아니라 부대장이 책임을 지고 병력을 운용해야 한다. 군과 장병 부모 간 소통은 필요하지만, 이런 식의 의견 반영은 책임회피가 될 수 있다.
경우가 다르기는 하지만 장병 부모의 반발이 논란이 된 사례가 얼마 전에도 있었다. 지난해 말 조류인플루엔자(AI)가 극성을 부렸을 때 군 당국은 '사병 부모들의 정서'를 내세워 병력 지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당시 군병력 투입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는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군 당국의 결정 기준은 부모 정서가 아니라 재난의 심각성이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병사들의 안전은 중요하지만, 그것은 기본적으로 철저한 교육과 훈련을 통해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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