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라인' 속 300억 돈다발 어떻게 만들어졌나

입력 2017-03-30 07:00  

영화 '원라인' 속 300억 돈다발 어떻게 만들어졌나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영화 '원라인'의 주요 소품은 돈다발이다. 서류를 허위로 꾸며 은행을 상대로 대출 사기를 치는 '작업대출'이 소재인 만큼 곳곳에 돈다발이 등장한다.

극 중 박실장(박병은)의 사무실 한쪽 벽면 전체가 돈다발로 채워져 있을 정도다.

영화의 배경은 2005년. 5만원권 고액권이 나오기 전이고, 당시 1만원권 지폐는 현재의 1만원권과 크기와 색이 확연히 달랐다. 제작팀은 이 때문에 옛 지폐를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

영화 소품용 가짜 지폐는 한국은행의 까다로운 허가를 받아야 제작할 수 있다. 지폐에는 '영화 소품용'이라는 명확한 문구가 인장으로 찍혀 있어야 하며, 촬영이 끝나자마자 한국은행에 모두 반납해야 한다.

'원라인'의 김유정 미술감독은 "한국은행에서 제작을 허가해 준 소품용 지폐가 10억원인데, 사과박스 10박스 분량이어서 턱없이 부족했다"면서 "한국은행 허가 절차가 생기기 이전에 제작된 2004년 '범죄의 재구성'의 소품용 화폐를 재사용하고, 일부는 지방 촬영 때 지방의 한 은행이 보유한 구권 화폐를 신권과 교환해 그러모았다"고 말했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돈의 액수는 300억 원에 달한다는 게 김 감독의 귀띔이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허구이지만, 관객들이 현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처럼 느끼게 하려면 배우들의 연기뿐만 아니라 소품과 로케이션(현지촬영)을 통해 시각적 리얼리티를 높여야 한다.


'프리즌'은 실제 교도소 촬영으로 화제가 됐다.

그동안 '7번방의 선물' 등 영화와 드라마의 교도소 장면은 대부분 익산교도소 세트장에서 촬영됐다. '프리즌' 제작진은 그러나 영화 분위기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폐쇄된 교도소나 학교를 물색했다.

그러나 교화의 장소인 교도소가 범죄의 온상이라는 영화 콘셉트 때문에 법무부의 협조를 받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그러던 차에 한국자산관리공사로 이관된 장흥교도소를 찾아내 촬영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장흥교도소는 1970년에 지어진 곳으로, 지금은 수감시설로 사용되지 않는다.

제작진은 폐허에 가깝게 방치된 이 교도소에 배수시설과 안전설비, 정화조까지 새로 설치해 4개월간 촬영을 할 수 있었다.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교도소 화재 장면도 이 교도소의 실제 건물을 폭파해 만든 장면이다. 물론 촬영 이후에는 건물을 원상 복구시켰다. '프리즌'이 실제 교도소 촬영의 길을 튼 이후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TV 드라마 '피고인'도 이곳에서 촬영됐다.

'프리즌'의 최지윤 PD는 "이 영화가 세트에서 촬영됐다면 아마 지금과 같은 리얼리티를 살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개봉한 영화 '공조'도 한국영화 최초로 울산대교를 전면 통제해 촬영했고, '마스터'도 국내 영화로는 처음으로 필리핀 마닐라 도심을 통제하고 찍었다.






영화 '보통사람'은 극 중 검사들이 술을 마시는 고급 요정 장면을 과거 실제로 요정으로 사용됐던 곳에서 촬영해 현실감을 더했다. 1987년이 배경인 이 영화에는 지금은 쓰지 않는 타자기나 전화기, 라이방(선글라스) 등 옛 소품도 대거 등장한다. 이런 소품들은 수집가들의 도움을 받아 영화에 등장시킬 수 있었다.

영화계 관계자는 "한국 관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리얼리티를 높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시대물을 찍을 때는 산으로 가서 새로 건물을 증축해 찍기도 하고, 70∼80년대가 배경인 작품은 그동안 많이 노출되지 않았던 변두리 지역을 찾아 컴퓨터그래픽(CG)의 도움을 받아 그 시대를 구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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