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생선에서 특별한 생선으로"…명태는 왜 사라졌나

입력 2017-03-29 18:53  

"국민 생선에서 특별한 생선으로"…명태는 왜 사라졌나

국립민속박물관 '명태와 황태덕장' 보고서 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한 번에 나가서 최고 4만4천여 마리까지 잡아봤어요. 그야말로 만선이지요. 그런데 1990년대 말부터 명태가 잡히지 않았어요. 결국 2005년 폐선 처분하면서 고기잡이를 그만뒀어요."

강원도 고성 거진항에서 배를 부렸던 최철봉 씨는 명태 어획량의 급감을 경험한 어부다. 그는 한때 명태잡이로 충분히 먹고살았지만, 지금은 명태가 사라지고 항구 주변의 인구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서해 조기, 남해 멸치, 동해 명태'라는 말이 회자할 정도로 우리나라 해역에서 많이 잡혔던 명태를 민속학적으로 연구하고 분석한 보고서 '명태와 황태덕장'을 펴냈다고 29일 밝혔다.

보고서에는 박물관 조사팀이 2015년 12월부터 작년 12월까지 강원도 고성, 속초, 인제, 평창과 경북 예천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가 담겼다.

명태는 역사적으로 한국인이 가장 즐겨 먹는 생선으로 의례품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1942년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통계연보에 따르면 명태는 전체 어획물 거래액의 14.9%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동해의 수온이 상승하고, 어린 명태인 노가리를 남획하면서 국산 명태는 자취를 감췄다. 그 결과 2010년 이후에는 연간 어획량이 100㎏ 이하로 떨어졌고, 러시아 바다에서 잡은 명태가 우리 상에 오르게 됐다.


명태 어획량의 감소는 명태가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서 만들어지는 황태 생산에도 영향을 미쳤다. 인제와 평창 등지에 많았던 황태덕장은 러시아산 명태가 들어오는 부산항과 가까운 경북 북부 지방으로 이동했다.

보고서에는 명태 어업과 황태 생산의 변화상 외에도 명태를 소재로 한 문학 작품과 명태를 잡을 때 불렀던 뱃노래, 명태의 음식문화 등이 소개됐다.

국립민속박물관 관계자는 "명태는 우리의 생활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물고기지만, 그간의 연구는 주로 어업사적 측면에서만 이뤄졌다"며 "이번 보고서를 통해 명태가 의례나 신앙에서 어떻게 사용됐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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