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운명 결정할 '불면의 밤' 앞둔 박 전 대통령

입력 2017-03-29 20:33  

[연합시론] 운명 결정할 '불면의 밤' 앞둔 박 전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한테 '운명의 날'이 다가왔다. 박 전 대통령은 3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법정에 출두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다. 전직 대통령한테 검찰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 사상 세 번째다. 하지만 영장 실질심사를 받는 것은 박 전 대통령이 처음이다. 형사 피의자가 영장실질심사에 꼭 나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방어권 행사에 유리할 게 없으면 서면으로 대신할 수도 있다. 그래서 박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로 한 것은 그 자체로 시사하는 바가 있다. 판사 앞에서 자신의 입장을 직접 밝히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 같다. 지금의 상황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기본적 인식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피의자심문은 서울중앙지법의 강부영(43.사법연수원 32기) 영장전담 판사가 맡았다. 이 법원의 영장전담 판사 세 명 중 임용이 가장 늦다고 한다. 불과 20일 전에 국가 원수의 직위에서 파면된 박 전 대통령한테 이 법정은 매우 당혹스러운 공간이 될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법정 중앙의 '피의자석'에 홀로 앉아 강 판사의 질문에 답변해야 한다. 검찰 조사 때는 '대통령님'이란 호칭을 썼지만 이 법정의 판사는 '피의자'로 부를 가능성이 크다. 변호인들도 박 전 대통령의 오른편 앞쪽으로 상당히 떨어진 지정석에 앉는다. 검찰 조사 때처럼 진술의 조력을 받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경호원들도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이 법정에는 들어갈 수 없다. 신분은 전직 대통령이지만 판사 앞에서는 한 명의 피의자일 뿐이다. 그게 박 전 대통령의 지금 처지다.



심문이 시작되면 검찰 측이 먼저 혐의 사실과 구속이 필요한 사유를 설명할 것이다. 박 전 대통령한테 적용된 혐의가 13가지나 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구속 사유는 사안의 중대성,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 공범과의 형평성 등 세 가지로 압축될 듯하다. 변호인 측은 혐의사실을 전면 부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 직접 출석한 것을 봐도 그런 추론이 가능하다. 구속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검찰 측 주장을 뒤집어 반론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면 전직 대통령이어서 도주 우려가 없고, 검찰이 공범으로 지목한 사람들이 대다수 구속돼 증거인멸 우려도 없다는 식이 될 것 같다.



박 전 대통령이 궁지에 몰렸다 해도, 법원이나 검찰이 전직 대통령 예우를 경시할 수는 없다. 검찰이 법원에서 받아놓은 구인장을 꺼내 들지 않은 것도 그런 예이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을 거치지 않고 자택에서 법원까지 바로 갈 수 있게 배려한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 경호실이 제공한 차량으로 이동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원칙대로 하면 자택으로 수사관으로 보내거나, 박 전 대통령을 검찰청으로 불러 법정까지 호송해야 맞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월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때 특검 사무실로 나와 수사관들과 함께 법정으로 갔다. 법원 입장에서는 심문이 종료된 뒤 박 전 대통령을 어디에, 어떤 상태로 대기시킬 것인지가 민감한 부분이다. 바로 옆에 있는 서울중앙지검 구치감과 영상녹화조사실 등이 검토되고 있다는데 어느 쪽을 선택해도 뒷말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은 일반 피의자들이 이용하는 공개 경로를 통해 법정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 경로를 이용하게 해 달라는 박 전 대통령 측 요청을, 일반 피의자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법원이 거부했다고 한다. 법원의 이런 방침이 다른 예우 사항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친박(친박근혜)계인 자유한국당 조원진 의원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의 불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청원서에 국회의원 82명의 서명을 받아 법원에 제출했다. 의원들의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직 대통령 구속에 따른 사회적 혼란과 파장, 국민 대통합, 국가의 품격 등을 고려해달라는 취지였다고 한다. 이들 의원의 주장에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정반대의 주장과 논리를 펴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측도 엇갈리는데, 굳이 꼽으라면 영장이 떨어질 것으로 보는 쪽이 우세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상반된 주장이나 관측이 아무리 많이 나와도 법원 결정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법원은 소명된 사실과 적용된 법리의 타당성을 살펴보고,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결론을 내릴 뿐이다. 법원의 최종 결정은 피의자 심문이 모두 끝나고, 장시간의 기록 검토와 숙고 과정을 거쳐 31일 새벽이나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운명을 결정할 '불면의 밤'이 될 것 같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