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영국 내 최대 부동산 임대업자 가운데 한 사람인 퍼거스 윌슨이 카레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유색인 세입자를 받지 않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켄트주에 부동산 왕국을 운영하는 윌슨은 최근 자신의 부동산 중개인들에 이메일을 보내 "임대 종료 시 발생하는 카레 냄새 때문에 유색인 고객은 절대 안 된다"고 통보했다.
윌슨은 국내 언론에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솔직히 말해, 유색인들이 넘쳐나고 있으며 카레를 먹는 특정 유색인들의 경우 카레가 카펫 등에 배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카펫에서 냄새를 제거하려면 화학제를 사용해야 하고 심하면 카펫을 교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윌슨은 앞서 올해 초에도 가정폭력의 피해자들을 세입자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튀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질투심 많고 분노한 배우자들이 종종 앞문을 발로 차거나 주먹을 휘둘러 실내에 구멍을 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윌슨의 금지 세입자 리스트에는 부모가 혼자인 가족, 저소득 노동자, 아이가 있는 가족. 애완동물 소유자, 흡연자와 성인 독신자 등이 포함돼 있다.
인종차별 및 파시즘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인 '호프 낫 헤이트'(Hope not Hate)는 이에 대해 "주택난의 수용할 수 없는 측면"이라고 규정하면서 "피부 색깔을 이유로 사람을 다뤄서는 안되며, 업계의 막강한 실력자가 이처럼 시대척오적인 '소름끼치는' 방침을 공공연히 언급할 수 있다는 것은 제도상의 맹점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또 평등ㆍ인권위원회의 레베카 힐센래스 위원장은 "윌슨의 발언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깊은 불평등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모두가 영국이 암흑기를 벗어난 것으로 간주하고 있으나 아직 해야 할 것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사와 함께 윌슨에 해명을 요구할 것이라면서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그에 대해 법적 조처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윌슨 소유 부동산 상당수를 관리하는 부동산 중개업소 이볼루션의 로이 피버 매니저도 윌슨의 발언을 전혀 용납할 수 없다면서 윌슨의 방침을 절대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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