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절차 개시와 동시에 양측 신경전 격화
안보협력 지렛대로 FTA·국경·합의금 등 난제 해결하려는듯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영국 테리사 메이 총리가 29일(현지시간) 영국과 유럽연합(EU) 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양측의 안보 협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안보를 하나의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EU 고위급 인사들이 "뻔뻔한 협박"이라고 일제히 비판하고 나서는 등 브렉시트 절차 개시와 동시에 양측도 팽팽한 신경전에 들어간 양상이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이날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전달한 브렉시트 통보 서한에서 영국이 합의안 없이 EU를 탈퇴할 경우 이는 안보 면에서 범죄와 테러에 맞선 양측간 협력 약화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영국과 남은 27개 EU 회원국은 향후 2년간 자유무역협정(FTA)·국경문제·합의금 등을 두고 '이혼 협상'을 벌이게 되는데, 안보를 지렛대로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고자 하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영국은 유로폴 등 EU 안보기구에서 정보 제공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유럽의회의 브렉시트 협상위원인 기 베르호프스타트 벨기에 전 총리는 즉각 영국을 향해 군사, 정보 분야에서의 영향력을 협상 카드로 쓰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나는 숙녀에게 신사적이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협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면서 국민의 안보는 거래 대상으로 삼기에는 너무나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의회에서 두 번째로 큰 사회민주당을 이끄는 지아니 피텔라 의원도 "협상에서 사람들의 생명을 갖고 장난을 친다면 충격적일 것"이라면서 "그것은 협박처럼 느껴진다. 안보는 우리 모든 시민을 위한 것이지 협상 카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비판은 영국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영국 자유민주당 팀 패런 대표는 안보 문제가 무역 협상과 연계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메이 총리의 발언은 EU가 영국에 유리한 합의안을 내놓지 않으면 안보 협력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뻔뻔한 협박"처럼 들렸다고 말했다.
영국 노동당 의원인 이베트 쿠퍼도 메이 총리는 안보를 협상카드로 사용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는 다른 EU 국가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심각한 자해행위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영국 정부 소식통은 영국은 유로폴이나 범죄인인도협정, 수배자와 범죄 용의자에 대한 정보 경고 시스템 등 EU와 관련된 안보 현안에 대해서만 협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영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지위 문제나 오랫동안 이어진 정보기관 간 관계는 협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U 잔류 지지자이자 하원 정보안보 위원회 위원장인 도미니크 그리브는 "총리의 서한은 영국이 합의안 없이 EU를 떠날 경우 경제뿐 아니라 EU와의 긴밀한 협력에 의존하는 우리의 안보까지 해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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