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EU의원 "편치 못할 것"…덴마크 총리 "위자료 물어라"
막내 회원국 크로아 "엄청난 실수 부작용 가장 먼저 느낄 것"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 절차를 시작함과 동시에 협상의 진통을 예고하듯 저주에 가까운 경고가 EU의 유력 정치인들의 입에서 쏟아졌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 정치인이자 유럽의회의 최대그룹인 유럽국민당(EPP) 당수 만프레드 베버 유럽의회 의원은 "브렉시트는 역사적 실수"라며 영국인들은 EU 탈퇴로 더 질 나쁜 삶을 살 것이라고 경고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이날 의회에서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 순간"이라고 한 것과 대비되는 발언이다.
친 EU주의자로, 유럽의회 내 최대 규모인 EPP를 이끄는 베버 대표는 "더 나은 거래가 문제가 아니라 떠난다는 의미"라고 브렉시트의 의미를 재차 설명했다.
그는 영국 국민이 문제 삼는 EU의 규제는 "더 편안하고, 쉬우며, 안전한 삶을 위한 것"이라며 EU 안에서 회원국들이 더 많은 여행과 사업 기회를 누리는 점을 강조했다.
베버 대표는 "영국 국민은 탈퇴를 결정했다. 따라서 더는 그렇게 편안할 수 없으며 그만큼 안전할 수도 없다. 경제적으로 강건하지도 못할 것이다. 이게 바로 영국이 맞닥뜨린 상황"이며 "직접적 영향이 있어 사람들이 일상에서 (차이를)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베버 대표는 또 영국 국민이 지난해 국민투표에서 거짓말에 속아 EU 탈퇴에 표를 행사했으나 브렉시트 협상은 이런 '거짓말'을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 찬성 쪽에서 뛴 진영은 EU를 탈퇴하면 국민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고 했으나 이제 탈퇴 비용 논란 과정에서 이들의 말이 거짓임이 증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렉시트 협상 과정도 쉽지 않으리라고 내다봤다.
베버 대표는 "세세한 사항까지 논의해야 하는 사안만 수천, 수만 개에 이른다"며 브렉시트 협상 의제의 기술적 난제가 과소평가됐다고도 덧붙였다.
또 브렉시트가 '영국과 EU의 더 나은 관계를 예고하는 것일 수 있다'는 메이 총리의 발언에 대해서도 "영국이 EU를 떠나는 것이다. 의견은 갈리고, 관계는 단절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베버 대표는 "우리 모두 굉장히 슬픈 날이다. 하지만 이 역사적 실수도 존중한다"고 말하고, 당 차원에선 영국 내 EU 시민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아일랜드의 출입국심사를 제한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협상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이미 수차례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베를린에서 기자들에게 "당면한 문제가 명확해질 때 우리의 미래 관계를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시기가 빨리 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영국과 EU가 긴밀한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길 희망하나 앞으로의 협상에선 EU의 44년 역사 속에 얽히고설킨 밀접한 관계를 풀어나가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소위 '이혼합의금'을 포함해 탈퇴 조건이 우선 결정돼야 영국이 원하는 무역협정 등을 논의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영국은 EU가 요구하는 합의금 약 72조원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인 데다 EU 탈퇴 협상과 더불어 영국과 EU간 무역협정을 연계해 논의하길 희망하고 있다.
라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는 브렉시트를 '도로 위 둔덕'에 비유하며 "EU에서 권리와 의무는 함께 간다. 하나 없이 다른 하나를 누릴 수는 없다"며 영국이 브렉시트에 따른 결과를 짊어져야 한다고 말해 영국이 거액 합의금 지급을 피할 수 없다는 부분을 지적했다.
2013년 EU에 마지막으로 가입한 크로아티아의 안드레이 플렌코비치 총리도 브렉시트는 "크고 엄청난 실수"라며 영국이 가장 먼저 그 부작용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럽의회에 파견된 고위 외교관들은 메이 총리가 보낸 브렉시트 통보 서한이 긍정적인 톤이고, 예견치 못한 일은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영국 정부가 '신의'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했다.
또 영국 정부의 이런 신사적 행동에 나머지 27개 회원국은 협상 실패 시 기준을 제시하고, EU의 이익 보호를 위해 하나로 행동하겠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내기로 한 것을 철회했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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