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말레이, 막판까지 엎치락 뒤치락한듯…협상 막전막후

입력 2017-03-30 23:01  

北-말레이, 막판까지 엎치락 뒤치락한듯…협상 막전막후

현지 언론 "北용의자들 출국보장 두고 막판까지 줄다리기"

(홍콩·자카르타=연합뉴스) 최현석 황철환 특파원 = 김정남의 시신이 30일 평양으로 이송되면서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인한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갈등이 일단락됐지만, 양측은 막판까지도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였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3일 김정남이 말레이의 심장부라고 할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암살된 사건으로, 서로 대립하면서 양국 관계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말 그대로 파국으로 치닫고 있었다.

북한은 사건 직후부터 김정남 시신을 부검 없이 즉시 인도하라고 요구했고, 말레이는 그에 불응한 채 부검을 강행하면서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졌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북한 배후설에 무게가 실리면서 말레이는 이달 2일 북한과의 비자면제협정을 파기한 데 이어 4일에는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를 추방하는 강수를 뒀다.

북한 역시 지난 7일 자국 내 말레이시아인의 출국을 임시금지해 '인질'로 삼는 특유의 벼랑 끝 대응 수법으로 응수했다.

국내 정치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던 나집 라작 말레이 총리는 자국민의 안전이 우려되자 협상 모드로 급격히 전환했고, 양측은 실무접촉을 거쳐 지난 25일부터 쿠알라룸푸르의 한 정부관계 시설에서 공식 협상을 개시했다.

협상에 북한 외무성의 아시아 지역 담당인 최희철 부상과 지난달 말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일원으로 말레이를 방문했던 리동일 전 유엔대표부 차석대사 등이 참가해 말레이 설득에 전력투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말레이 정부 내부 사정에 밝은 현지 소식통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시 협상에서 주요쟁점과 관련,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협상이 진전되면서 김정남 시신은 애초 안치됐던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 국립법의학연구소(IPFN)에서 시 외곽 장례시설로 반출돼 지난 27일에는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화물운송센터로 이송돼 북송 준비를 하기도 했다.

그에 하루 앞선 지난 26일 말레이 당국이 김정남 암살에 연루된 북한인 용의자를 보호해 온 현지의 북한대사관을 방문 조사하는 마무리 수순 밟기가 포착되기도 했다.

그러나 김정남 시신은 27일 밤 다시 IPFN 영안실로 되돌려져 안치되는 등 협상 난항이 목격됐다.

일각에선 항공사 측이 부패와 악취를 이유로 시신 적재를 거부하면서 일정이 연기된 것이란 설(說)도 나왔으나, 현지 외교가에선 양측의 협상이 막판에 장애물을 만난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고 나서 김정남의 시신이 마카오로 이송된 뒤 유가족에게 넘겨질 것이란 소문이 난데없이 퍼진 것과 말레이시아 해양경찰청이 외무부 지시로 자국에 입항하는 북한 화물선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한 것 역시 협상 난항을 보여주는 방증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즈음 싱가포르 유력 매체인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쿠알라룸푸르에서의 북한-말레이 비공개 협상과 별개로, 베이징에서도 중국 정부의 주재로 북한과 말레이시아 양측 당국자들이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양국의 협상 타결이 지연된 것과 관련, 말레이 중국어 매체인 중국보(中國報)는 양측이 북한대사관에서 보호를 받고 있던 김정남 암살 용의자 3명의 출국과 관련해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김욱일 등에 발부된 체포영장을 무효로 하고 전원의 출국을 보장하는 것이 최대쟁점이었다면서, 양측이 지루한 대치 끝에 최근에야 현광성·김욱일 등 용의자 2명의 출국과 김정남 시신을 출국시키고 시신을 넘기는 대신 북한 내 억류 말레이시아인 9명을 전원 귀환시키는 쪽으로 합의를 이뤘다고 전했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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