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아기' 가능한 시대…생명의 의미는 무엇인가

입력 2017-03-30 16:18  

'맞춤아기' 가능한 시대…생명의 의미는 무엇인가

신간 '생명과학, 신에게 도전하다'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올더스 헉슬리가 1932년 내놓은 소설 '멋진 신세계'에는 '맞춤 아기'가 등장한다.

국가의 통제 아래 모든 아기는 다섯 계급으로 나뉘어 모든 운명이 정해진 채 태어난다. 80여년이 지난 지금 소설 속 '맞춤 아기'는 현실에서 더는 먼 이야기가 아니다. 생물체에서 유전체 내 특정 유전정보를 마음대로 교정하거나 편집할 수 있는 이른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 덕분이다.

유전자 가위는 각종 질병의 치료를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문제를 일으키는 유전자를 정확히 잘라낼 수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의 발견은 합성생물학의 발전에도 영향을 끼쳤다. 합성생물학은 인간이 생명체를 설계하고 필요한 형태로 만들어내는 것과 관련된 분야다.

생명체의 생명현상을 컴퓨터 부품처럼 단순화시키고 이로부터 인간에게 유용한 특성과 물질을 대량으로 얻는 것이다. 말라리아 약품인 아르테미시닌은 2013년 합성생물학적 방법을 통해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신간 '생명과학, 신에게 도전하다'(동아시아 펴냄)는 생명과학의 성과 중 하나인 '유전자 가위'와 '합성생물학'의 현황을 소개하고 이와 관련한 윤리, 철학, 종교, 정책의 문제를 고민하는 책이다.

2012년 6월 과학잡지 네이처에는 조류를 숙주로 하는 독감 바이러스에 합성생물학 방법을 적용하면 아주 쉽게 인간이 감염될 수 있는 형태의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만들 수 있다는 논문이 실렸다. 합성생물학이 '바이오테러'를 위한 생물무기 생산에 이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합성생물학의 연구대상이 세균에서 점차 복잡한 생명체로 옮겨가면서 또다른 문제가 제기된다. 합성생명체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지, 합성생물학을 통해 만들어진 고등생명체를 생명체로 받아들여야 하는지의 문제는 결국 생명이란 무엇인가 하는 철학적 물음으로 이어진다.

유전자 가위 기술도 마찬가지다. 유전자 가위 기술의 영어 표현은 'Gene editing'이지만 학계에서는 '유전자 교정'이라는 표현을 선호한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교정'이라는 의미에는 이미 가치 판단이 들어가 있다. 여기서 어떤 유전자가 옳은지 그른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으며 그 판단 주체가 누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이 다시 제기된다.

책은 국가가 주체가 됐을 때 국가 권력이 우리의 유전체 정보를 판단하고 교정 여부에 개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전자 가위 기술이 과거 나치 우생학의 망령이 되살아 날 수 있는 과학적 기반을 만들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집필에 참여한 송기원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는 "우리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로 인간이 합성생물학과 함께 생명체의 지적 설계자의 힘을 갖게 된 새로운 세상에 살게 됐다"면서 "생명이 무엇이고, 그것을 인간이 마음대로 편집할 권리가 있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질문을 던져보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 외에 김응빈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교수, 김종우 연세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연구원, 방연상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교수, 이삼열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가 함께 썼다. 292쪽. 1만5천원.

zitr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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