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신남향정책'도 효과…인니·태국서 대만인 용의자 대만 송환
(타이베이=연합뉴스) 류정엽 통신원 = 중국과 접점을 넓혀온 필리핀이 피델 라모스 전 대통령(89)을 대만에 파견하며 양안 사이에서 '줄타기'를 시도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라모스 전 대통령은 필리핀에서 활동 중인 대만 기업인들과 함께 29일부터 나흘간 일정으로 대만을 방문,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등과 만난다고 대만 연합보(聯合報) 등이 30일 보도했다.
신문은 라모스 전 대통령이 주필리핀 대만기업협회가 주최하는 라모스배 대만-필리핀간 친선 골프대회 참석차 대만을 방문했다며 그가 차이 총통 외에도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 훙슈주(洪秀柱) 국민당 주석 등과도 두루 만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라모스 전 대통령은 또 대만 법무부에 들러 마약범죄 수사와 관련한 협의를 벌이고 무역 관련 포럼 등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라모스 전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취임 이후 급속히 중국으로 기울고 있는 필리핀의 대외정책 방향에 '대만 카드'를 끼워넣으며 줄타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오는 5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상회의에 참석해 중국 측과 양자회담을 갖고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라모스 전 대통령은 지난해 국제 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영유권 판결 이후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두테르테 대통령의 특사로 지명돼 중국을 방문한 바 있다.
집권하자 마자 친중 행보를 거듭해온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군사 거점화를 진행하는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 법의 지배가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항상 일본 편에 설 생각이라고 말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차이잉원 정부 역시 라모스 전 대통령의 방문이 동남아 국가와 교류를 확대하는 '신남향(新南向)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만은 필리핀은 물론이고 동남아 국가들과는 모두 미수교 상태다.
대만 정부의 이 같은 신남향 정책은 점차 외교적으로도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와 태국에서 체포된 대만인 보이스피싱 용의자들이 중국이 아닌 대만으로 송환됐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최근 자카르타에서 대만인 18명과 중국인 36명의 보이스피싱 사기 용의자들을 체포하고 29일 대만인 용의자들은 전원 대만으로 송환했다. 태국 방콕에서 은신하고 있다가 체포된 대만인 사기범 3명도 전날 대만으로 송환됐다.
그간 해외에서 전화사기 등의 혐의로 체포된 대만인 용의자들은 '하나의 중국'을 앞세운 중국측의 압력으로 중국에 강제 송환돼 조사를 받으며 대만으로 돌아오지 못한 경우가 빈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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