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도 높이기 위한 제도…"가·피해자 번복률은 3~4% 불과"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1. 지난해 7월 영동고속도로 인천 방향으로 달리던 A(53)씨의 소형 화물차가 뒤따라 오던 B(51·중국 국적)씨의 17t 대형 화물차와 부딪히는 사고가 났다.
경찰 조사에서 A씨와 B씨의 주장은 엇갈렸다.
B씨는 "앞차가 갑자기 진로변경을 하는 바람에 사고가 났다"고 진술했지만, A씨는 "진로변경을 한 것은 맞지만, 따라오던 뒤차가 후미를 들이받았다"고 받아쳤다.
양측 진술을 들은 경찰은 사고 후 최종 정차지점, 충돌부위 등을 토대로 A씨를 가해자, B씨를 피해자로 조사했다.
A씨는 여기에 불복해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교통사고 이의신청을 했다.
경기남부청 교통조사계는 사고를 원점에서 다시 조사했다.
현장 사진을 제출받아 분석하고, 당시 상황을 재현할 수 있는 '교통사고 재현 프로그램(PC-CRASH)'을 활용했다.
면밀한 조사 끝에 경찰은 이미 진로변경을 해서 달리던 A씨 차량 뒷부분을 B씨 차량이 들이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진로변경에 의한 사고가 아닌 추돌사고로 결론 내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각각 정정했다.
#2. 앞서 지난해 1월 화성시 병점역 앞 도로에서 C(40·여)씨의 마을버스가 D(32)씨의 그랜저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때에도 양측은 서로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버스정류장에 정차해 있던 버스가 출발할 때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앞으로 끼어든 그랜저를 들이받은 것으로 봤다.
사고 가해자로 몰린 C씨는 "(주행을 하고 있는데)그랜저가 갑자기 끼어들어서 사고가 났다"며 경기남부청에 교통사고 이의신청을 했다.
경기남부청 교통조사계는 버스 블랙박스 영상을 면밀히 분석했다.
조사 결과 사고는 버스가 출발해 20m 이상을 이동한 뒤에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출발 후 5m 이상 이동한 차량의 경우 '진행차량'으로 봐야 한다는 사고 조사 매뉴얼에 따라 버스 앞으로 끼어들기 한 D씨를 가해자로 정정했다.
교통사고 발생 시 서로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례를 쉽게 볼 수 있다.
대부분 일선 경찰서 조사에서 잘잘못이 가려지기 마련인데, 일부 운전자들은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억울함을 호소한다.
이 때문에 경찰은 '교통사고 이의신청'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교통사고 조사가 불공정하게 이뤄졌다고 생각이 들거나 결과에 이의가 있으면, 누구든 해당 지방경찰청 민원실을 방문 또는 우편을 통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의신청 접수 시, 지방청 교통사고 조사 담당부서는 사고 경위 진술 청취, 현장 조사, 1차 조사 내용 및 새로운 자료를 검토하는 등 재조사를 벌인다.
경기남부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교통사고 이의신청 접수 건수는 2014년 326건, 2015년 213건, 지난해 227건 등 한해 200∼300건에 달한다.
다만, 일선 경찰서의 교통사고 조사 또한 지방청 못지않게 면밀히 이뤄지고 있어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사례는 많지 않다.
같은 기간 가해자·피해자 정정 건수는 2014년 10건(3%), 2015년 9건(4.2%), 지난해 8건(3.5%)에 그쳤다.
경찰 관계자는 "공정한 사고 조사와 경찰 조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교통사고 이의신청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다만 최근에는 차량 블랙박스, CCTV 등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일선 경찰서의 교통사고 조사가 허투루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청 재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불복하는 운전자가 있어서 교통사고 민간심의위원회도 매월 개최하고 있다"며 "교통사고 조사 과정에서 그 누구에게도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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