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의장 "英 마음 바꾸고 27개 회원국 승인하면 가능"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영국 정부가 29일 유럽연합(EU)을 탈퇴하겠다고 EU에 공식 통보,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라 2년 시한의 브렉시트(Brexit) 협상 시침이 작동하기 시작한 가운데 30일 브렉시트 통보를 번복할 수 있을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전날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한 이후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 순간"이라고 언급, 브렉시트는 번복될 수 없는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안토니오 타자니 유럽의회 의장은 브렉시트 협상 시침은 이론상으로 되돌려질 수 있다면서 27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승인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타자니 의장은 전날 회견에서 "만약 영국이 지금이라도 마음을 바꾼다면 그것(브렉시트 협상을 되돌리는 것)을 혼자서는 할 수 없다"면서 "EU의 다른 회원국이 이를 받아들일지 말지를 결정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브렉시트 통보를 되돌릴 수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제기되는 것은 리스본조약 50조의 모호성 때문이다.
리스본조약 50조를 보면 "탈퇴를 결정한 회원국은 EU 이사회에 이를 통보한다"고 돼 있다.
또 "EU에서 탈퇴한 회원국이 재가입을 요구하면 리스본조약 49조(EU 가입 절차에 관한 조항)에 따라 절차를 밟는다"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리스본조약 50조가 발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참고할 과거 사례도 없다.
EU의 모태가 된 로마조약이 체결된 이후 지난 60년간 EU는 회원 수를 지속해서 늘려왔으며 EU에서 회원국이 탈퇴를 선언한 것은 영국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전날 성명에서 "(리스본조약 50조는) 일단 발동되면, 일방적으로 뒤집을 수 없다"면서 "(탈퇴) 통보는 돌아올 수 없는 지점"이라고 밝혔다.
집행위의 성명도 일단 브렉시트는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 무게를 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뒤집을 수 없다'는 언급은 뒤집어보면 양측이 합의하면 뒤집을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타자니 의장의 말처럼 영국을 제외한 27개 EU 회원국이 브렉시트 통보를 뒤집는 데 동의한다면 브렉시트를 돌이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EU의 법률 전문가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10여 년 전 리스본조약 50조를 입안할 때에는 회원국이 EU를 탈퇴할 때 원만한 탈퇴절차를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면서 "예외적인 경우에 (탈퇴 통보를) 돌이킬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될 수 있다는 점이 인정됐다"고 말했다.
영국 출신으로 리스본조약 50조를 만든 존 커도 지난 2월 영국 상원에서 "리스본조약 50조의 탈퇴 통보는 돌이킬 수 없는 게 아니다"면서 "우리가 EU 탈퇴에 대한 마음을 바꾼다면 우리는 확실히 그럴 수 있고 브뤼셀에 있는 누구도 우리를 멈추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클로드 피리스 전 EU 이사회 법률담당 국장도 "영국 당국이 더는 탈퇴를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누구도 회원국을 탈퇴하도록 강제할 수 없다. 이런 경우 현재 상태로 돌아올 수 있다"고 동의했다.
문제는 정치적 측면에서 볼 때 현재로썬 영국에서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에 반기를 들 의지는 거의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영국이 브렉시트로 인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다고 판단, 영국 국민이 EU에서 탈퇴키로 한 마음을 바꾸기로 한다면 브렉시트 되돌리기가 다시 논란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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