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에게 휴대전화 통화 내역 조작 사주, 알리바이까지 꾸며
(시흥=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경기 시흥에서 십년지기 친구를 살해한 뒤 시신에 불을 지른 30대 여성이 구속됐다.
경기 시흥경찰서는 30일 강도살인 및 사체훼손, 사기, 현주건조물방화 등 혐의로 이모(38·여)씨를 구속했다.
또 이씨가 알리바이를 조작하는데 도움을 준 혐의(범인은닉)로 강모(48)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는 지난 20일 오전 5시께 시흥시 정왕동 A(38·여)씨의 원룸에서 A씨를 흉기로 40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어 시신을 방 안에 방치해놨다가 26일 오전 3시 40분께 원룸에 다시 찾아가 시신 상반신에 종이박스와 옷가지 등을 올려놓고 불을 지른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이씨는 A씨에게 200만원을 빌린 뒤 갚는 문제를 놓고 다투다가,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씨가 A씨 명의로 대출을 받기 위해 살해 전 A씨를 묶어 놓고 흉기로 찌르면서 개인정보를 알아낸 데다, A씨 시신에서 40여 차례에 걸친 흉기 상흔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우발적인 범행은 아닌 거로 보고 있다.
이씨와 A씨는 10년 전부터 친구로 알고 지낸 사이로 전해졌다.
이씨는 살해범행 뒤 A씨의 휴대전화와 개인정보를 이용해 대출을 신청, 24일 신용카드사로부터 1천만원을 대출받아 600만원을 생활비로 쓴 혐의도 받는다.
이씨와 함께 긴급체포됐다가 풀려난 강씨는 이씨가 방화할 당시인 26일 새벽 이씨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서울 집 근처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통화내역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강씨가 "살인범행에 대해선 전혀 몰랐다. 이씨가 부탁해 휴대전화 통화한 것처럼 꾸미기만 했다"라고 진술함에 따라 알리바이 조작에만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하기로 했다.
숨진 A씨는 지난 26일 오전 7시 55분께 "이웃집에서 연기가 난다"는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발견됐다.
시신은 상반신에 박스와 옷가지 등이 올려진 채 불에 탔고, 얼굴과 지문 등이 불에 일부 훼손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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