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새벽 서울구치소에 수감되면서 '대통령님'이 아닌 '수인(囚人) 번호'로 불리게 됐다.
이날 오전 3시 5분께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박 전 대통령은 전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대기하던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빠져나와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다만 서울구치소에 들어가기 전 올림머리를 고정하는 데 사용된 금속 재질 머리핀을 제거하고, 화장을 지우는 등 입소 준비를 하느라 한시간 반가량 뒤인 오전 4시 29분께 청사를 나왔다.
영장 집행과 동시에 청와대 경호실의 경호지원도 중단됐다.
서울구치소는 1995년 11월 노태우 전 대통령이 2천300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감됐던 곳이다.
제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약 4년간 청와대 관저에 머물렀던 박 전 대통령도 일반 피의자와 똑같은 입소 절차를 밟았다.
구치소 신입자인 박 전 대통령은 교도관에게 이름·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받은 후 간단한 건강검진과 신체검사를 받았다. 휴대한 소지품은 모두 영치했다.
몸을 씻은 후 여성 미결수에게 제공되는 연두색 겨울용 수의로 갈아입었다. 수의 왼쪽 가슴 부분에는 수인번호가 새겨져 있다.
영화에서 처럼 이름표를 받쳐 들고 키 측정자 옆에 서서 '머그샷(mug shot)'이라 불리는 수용기록부 사진도 찍었다.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를 받고, 세면도구·모포·식기세트 등을 받아든 채 자신의 '감방'으로 향했다.
서울구치소에는 6.56㎡(약 1.9평) 크기의 독거실(독방)과 6명 내외의 인원이 수감되는 12.01㎡(약 3.6평) 크기의 혼거실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여성 수용동에 있는 방 하나를 배정받아 혼자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반 독거실보다는 크기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수감됐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경호문제를 고려해 별도 마련된 공간을 배정받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배정받았던 곳은 11.57㎡(약 3.5평) 규모의 독방과 접견실, 화장실 등 3곳으로 이뤄졌다. 일반 수감자와는 완전히 분리된 별채 형식이었다.
같은 해 12월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구속되자 안양교도소는 노 전 대통령과 똑같은 처우를 위해 시설을 일부 개조해 독방, 접견실, 화장실을 마련했다.
박 전 대통령이 쓰는 방에도 접이식 매트리스와 관물대, TV, 1인용 책상 겸 밥상 등이 갖춰져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앞으로 매 끼니를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천44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가 끝나면 세면대에서 스스로 식판과 식기를 설거지해 반납해야 한다.
영치금으로 구치소에서 판매하는 플라스틱 재질의 머리핀, 머리끈을 구매할 수 있다. 화장품은 로션, 스킨, 선크림, 영양 크림 정도를 살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 안에서 변호사들을 접견하며 검찰 수사와 재판에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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