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굴복시킨 北 '벼랑끝 전술'…결국 부메랑 될 수도

입력 2017-03-30 23:05   수정 2017-03-30 23:08

말레이 굴복시킨 北 '벼랑끝 전술'…결국 부메랑 될 수도

인질외교로 김정남 시신 인수 등 성공…표면상으로는 '승리'

말레이 포함한 아세안의 대북 유화적 자세 변할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북한이 또 한번의 '벼랑끝 전술'로 말레이시아를 굴복시켰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북한의 비이성적이고 무모한 행태는 국제사회에서의 고립 심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쓴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북한은 말레이시아와의 단교 위기에 처하자 자국내 말레이 국민을 '인질'로 잡는 극단적인 수법을 썼고, 일단 30일 합의를 통해 핵심 요구사항인 김정남 시신 인수를 관철했다.

표면적으로는 북한 '인질외교'에 말레이 당국이 굴복한 격이었다.

김정남 사건 수사에 대한 비협조를 이유로 말레이 정부가 북한 대사를 추방하고 고위 인사의 입을 통해 단교 가능성까지 내비치자 북한은 지난 7일 자국내 말레이 국민의 출국을 임시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비인도적인 인질외교는 국제사회를 경악케 했고, 김정은의 악명은 더욱 높아졌지만 단기적으로 북한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김정남 시신을 인수함으로써 추후 재부검을 거쳐 사인을 자신들 주장대로 꾸며 발표할 수 있게 됐고 이번 사건 진행과정에서 중단된 말레이와의 비자면제협정 재개 검토까지 '덤'으로 얻어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 전문가는 "말레이시아가 억류된 자국민 안전을 최우선시하면서 결과적으로 북한에 굴복한 모양새가 됐다"며 "말레이가 북한의 벼랑끝 전술에 익숙하지 않은 점도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북한은 남북한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중립을 유지해온 아세안 국가 전체에 '악당' 이미지를 심었다는 것이 중평이다. 외교 전문가는 "아세안 회원국들은 특유의 연대 의식과 자존심이 있기 때문에 북한의 이번 처사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향후 아세안 국가들이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축소하거나 국제무대에서 대북 압박에 더욱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를 중심으로 동남아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북한 노동자 수용 중단에 아세안 각국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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