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그리스 딸기 농장에서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을 강요당한 방글라데시 이주민들이 그리스 정부로부터 1인당 약 2천만원에 이르는 보상을 받게 됐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인권재판소(ECHR)는 30일 방글라데시 이민자 42명이 그리스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그리스 정부는 원고가 처한 상황을 알고도 강제 노동을 묵인해 인신 매매에 버금가는 상황을 방지하고, 피해자들을 보호할 의무를 저버렸다"며 원고에게 1인당 1만6천 유로(약 1천900만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들 방글라데시 이민자들은 2013년 수도 아테네에서 서쪽으로 260㎞ 떨어진 마놀라다의 딸기 농장에 고용돼 딸기를 따는 일을 하던 중 임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자 파업을 벌이며 체불 임금을 요구했다.
이들은 또 무장 보안요원들의 감시 아래 하루에 12시간의 중노동을 하고, 화장실이나 식수가 없는 임시 거처에서 열악하게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농장의 보안 요원들은 월급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을 구타하고, 수 십 명에게는 총격까지 가해 약 20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그리스 정부는 이 사건이 공론화되며 논란이 빚어지자 보안 요원 2명은 기소했으나 이들을 고용한 농장 주인에게는 무죄를 선고했고, 이 조치에 대해 인권 단체를 중심으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피해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중요한 판결"이라며 "향후 있을지 모르는 학대를 예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겼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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