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프랑스 파리에서 중국인 남성이 경찰 총격에 숨지면서 촉발된 중국인들의 항의시위가 나흘째 이어지며 확산 양상을 보이고 있다.
30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다수의 중국 이민자 등을 포함해 200명이 넘는 시위대가 파리 공화국광장에 모여 프랑스 경찰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식민주의 경찰", "깨어나라 프랑스의 아시아인들아! 당신들은 아직도 이 나라에서 탄압받고 있다" 등의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흔들었다. 폭력 행위도 빚어져 미성년자를 포함해 45명이 체포됐다.
이번 시위는 지난 26일 파리의 한 아파트에서 중국인 남성 리우샤오요가 가정폭력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당시 자초지종 파악을 위해 문을 강제로 열고 진입하자 이 남성이 갑자기 달려들어 흉기로 한 경찰관을 공격했고 이에 동료 경찰관이 정당방위 차원에서 총격을 가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유족 측은 이웃이 고함을 듣고 경찰에 신고했을 뿐 가정폭력은 없었으며 남성이 생선을 자르고 있었기 때문에 가위를 들고 있었고, 경찰에게 달려들어 공격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시위는 그동안 프랑스 사회의 인종차별로 인해 쌓였던 중국인들의 불만과 분노가 경찰 총격 사망사건을 계기로 폭발하면서 벌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리에는 중국계가 60만 명 넘게 거주하고 있다. 유럽의 중국인 지역사회 가운데 최대 규모다.
그러나 영국 BBC방송은 프랑스에서 중국인들은 약하고 현금을 소지하고 다닌다는 인식 때문에 오랫동안 일상적인 인종차별에 시달렸으며,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쉬운 집단으로 여겨지곤 한다고 설명했다.
이곳의 많은 중국인도 이번 사건은 프랑스에서 중국인들이 겪고 있는 편견과 경찰의 공권력 남용의 한 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에 숨진 리우샤오요 유족의 변호인 캘빈 잡은 다른 여러 아시아계 고객들도 경찰의 난폭한 행태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고 전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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