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들 2분씩 돌아가며 경영진 성토…"WH 인수는 모든 악몽의 시작"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경영난에 내몰린 일본 전자기기업체 도시바(東芝)의 임시주주총회가 주주들의 눈물과 고성으로 얼룩졌다.
한때 일본 굴지의 기업으로 꼽혔던 도시바가 2015년 회계부정 사건에 이어 이번에는 미국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WH)의 파산보호신청과 반도체 사업 매각까지 내몰린 것을 두고 주주들은 경영진의 결정을 질타했다.
30일 일본 지바(千葉)현 지바시 마쿠하리멧세에서 열린 도시바 임시주주총회에 주주 1천300여 명이 모여 장장 3시간에 걸쳐 경영진을 맹비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주주 1인당 2분씩 할당된 경영진과의 질의·응답 시간은 경영진 성토의 장이 됐다.
쓰나카와 사토시(綱川智) 사장이 "주주 여러분께 계속 폐를 끼친 점 사죄드린다"고 말했지만, 주주들의 분노를 누그러뜨릴 수는 없었다.
한 주주는 "부끄러운 줄 알라"며 "당신들은 모두 거짓말쟁인데 어떻게 회사 경영을 믿으라는 말을 우리한테 할 수가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은 전날 도시바의 미국 원전 자회사 웨스팅하우스가 파산보호신청을 하게 된 것을 두고 이 같은 사업에 왜 도시바가 수십억 달러를 부었는지에도 의문을 표했다.
또 다른 주주는 "웨스팅하우스 인수가 모든 악몽의 시작이었다"며 왜 원전사업 부문을 총괄하는 임원을 더 빨리 교체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원전사업을 총괄했다가 최근 사퇴한 시가 시게노리(志賀重範) 전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이날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비등했다.
도시바의 슬로건이 '선도적인 혁신'(Leading Inovation)이 아니라 '선도적인 거짓말'이 아니냐는 조롱도 나왔다.
도시바 은퇴자라고 밝힌 주주도 "영예롭던 도시바가 지금은 망가졌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느냐"고 안타까움을 표시했고 일부 주주들은 눈물짓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주주총회는 총 3시간 30분에 걸쳐서 진행돼, 회계부정 문제가 불거진 2015년 9월 임시주주총회 이후로 가장 오래 진행됐다.
이 가운데 주주들의 질의·응답 시간은 2시간 반가량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는 이날 임시주주총회에서 다수의 동의를 얻어 반도체 메모리 부문 분사 안을 가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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