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조만간 개시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에서 멕시코와 캐나다산 제품에 대한 관세 도입이나 부활을 추진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캠페인 기간 내내 나프타가 재앙이라며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를 빼앗아 갔다고 맹비난하면서 전면 재협상을 공언했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은 30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행정부가 다음 달 10일 미국 의회가 휴회에 들어가기 전에 나프타 재협상 절차를 공식적으로 개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식절차는 트럼프 행정부가 나프타 재협상안을 의회에 제출하면 시작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의회에서 90일간 회람기간을 거친 뒤 캐나다, 멕시코와 공식협상에 들어가게 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의회에 제출한 나프타 재협상 초안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재협상에서 멕시코와 캐나다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부활시킬 수 있는 재량권을 확보하는데 주안점을 둘 예정이다.
멕시코나 캐나다산의 수입 홍수가 미국 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줄 정도로 위협적인 경우에 한해서다. 이는 '미국산 우선 구매(Buy American)'원칙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초안에는 아울러 북미에서 노동·환경과 관련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7가지 목표도 포함돼 있다. 이번 재협상 초안은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재협상안을 의회에 제출할 때까지 수정될 수 있다.
로스 장관은 "(나프타 재협상)을 통해 과세와 관련한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 계획"이라며 "미국과 달리 수출제품을 부가가치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는 여러 국가와의 문제를 푸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프타 재협상을 (다른 국가들에) 그런 의도를 전달하는 데 부분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모두 부가가치세를 부과한다.
USTR은 의회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내고 있어 정부가 무역관계를 개선하고 21세기에 맞게 수정하기 위해 신속한 조처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나프타 재협상을 통해 관세를 도입 내지 부활한다는 소식이 흘러나오자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달러당 17.66페소에서 18.73페소까지 떨어졌다.
알베르토 라모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페소화 가치 하락은 특정제품에 대한 보호주의적 관세 부과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며 "이는 관세 없는 무역을 의미했던 원래 나프타의 효과를 축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와 관련한 입장은 신중하면서도 느슨하게 정의돼 언제 어디서나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면서 "시장은 이를 싫어했다"고 말했다.
나프타는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북미 3개국이 광범위한 자유무역을 통한 단일시장 통합을 위해 체결한 협정으로 1994년부터 발효됐다. 상품교역, 서비스교역, 투자 및 지식재산권에 관한 자유무역 시행으로 3국 간의 관세는 품목별로 5∼15년에 걸쳐 거의 완전히 철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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