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어무이, 비오는 날은 나가지 마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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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인 봉평장터 난전 거리에서는 꽃 모자를 쓰고 메밀전병을 부치는 윤종하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 할머니 혼자 메밀전병, 수수부꾸미, 감자전, 올챙이국수를 팔던 장사에 할아버지까지 합류하게 된 것은 10여 전이다. 노부부는 농사도 짓고 장터에서 장사도 해가며 6남매를 키워냈다.
사진을 찍고 글도 쓰는 이수길 작가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8년간 장돌뱅이처럼 전국 5일장을 떠돌며 모은 사진과 이야기를 책으로 묶어냈다.
신간 '어무이, 비오는 날은 나가지 마이소'(도어즈 펴냄)에는 저자가 방문한 500여 곳의 장터 가운데 66곳에서 보고 들은 사연 88개를 뽑아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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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많은 제주도는 장터마다 지붕이 갖춰져 있다. 제주시에서 버스로 1시간쯤 떨어진 한림장터에선 옛날 대장간의 쇠망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곳에선 서울대를 나온 뒤 가업을 물려받은 대장장이 이승태 씨가 농기구를 두드려 만들고 있다.
요즘 시골 장터에선 외국인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경기도 김포시 양곡장터에서는 몽골에서 온 간바 씨 부부가 떡을 판다. 몽골 사람들은 떡을 먹지도 않는다는데 한국 생활 20년째인 이 부부는 추석 명절이면 쌀 열 가마니를 송편으로 만들어 판다.
경북 경주 근처의 입실장터에서는 오공임 씨가 대기업에서 하던 직장생활을 접고 내려온 아들과 함께 찹쌀호떡을 판다. 장돌뱅이로 살다 사별한 남편은 "고생 그만하구 편케 살아도. 시집가지 말구 혼재 살래이"라는 말을 남겼다는데. 인간극장이 따로 없다.
예전의 장터는 가난에서 벗어나 남들처럼 배불리 먹고살아야겠다는 열망이 가득했던 생존의 터전이자 축제의 장이었다. 하지만 이제 대형마트에 밀려 점차 사라져 가는 장터는 과거의 향수를 달래는 추억의 장소가 됐다. 336쪽. 1만3천800원.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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