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인도에 진출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오포(OPPO)가 중국인 직원의 인도 국기 훼손으로 며칠째 조업을 하지 못하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31일 인도 언론과 업계에 따르면 수도 뉴델리 외곽 노이다에 있는 오포 제조공장에서 지난 28일부터 인도인 직원 수백명이 조업을 거부하고 회사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직원들은 2달 전 인도 제헌절인 공화국의 날을 기념해 벽에 붙인 인도 국기 포스터를 회사의 중국인 간부가 함부로 떼어낸 뒤 찢어서 쓰레기통에 버렸다면서 인도를 모독한 것이라고 항의했다.
오포 인도법인은 직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중국인 주재원의 개인적 잘못"이라면서도 회사 차원의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그를 해고했다.
현지 경찰도 이 중국인 직원을 국가상징물 모독 혐의로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에도 파문이 가라앉지 않자 양국 정부까지 개입하고 나섰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9일 브리핑에서 "중국 정부는 해외에 진출한 중국 기업과 직원들에게 현지 법규를 준수하고 관습을 존중하라고 요청해 왔다"면서도 "중국 기업과 직원들의 적법한 권리도 보호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팔 바글라이 인도 외교부 대변인은 다음날 "국가상징물은 어디에서나 존중받아야 한다"면서 "관계기관이 이번 사건을 조사하고 있으며 법에 따른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인도에서는 올해 초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에서 신발을 터는 현관 매트에 인도 국기가 그려진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 차원에서 아마존에 경고해 사과를 받아내는 등 국가상징물 훼손에 반감이 크다.
지난해 11월 말에는 대법원이 모든 영화관에서 영화 상영 전 인도 국기를 화면에 비추고 국가를 틀어야하며 이때 관객이 기립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이를 거부한 일부 관객이 다른 관객과 시비가 붙거나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오포의 조업 중단 사태가 국기 존중 문제뿐 아니라 초과근무 수당, 노동법 준수, 현지 직원과 외국 주재원의 마찰 등 기업 내부 문제가 국기 훼손 사태를 빌미로 터져 나온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로 올라선 오포는 지난해 말 2천600억원을 들여 인도에 제조 공장을 추가 설립하기로 하는 등 최근 인도 시장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ra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