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수법 통하지 않자 새 수법 잇단 등장…"정부기관 사칭하면 꼭 확인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의 수법이 갈수록 교묘하고 뻔뻔해지고 있다.
기존 수법이 통하지 않자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새로운 수법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피해자가 늘고 있다.
경찰은 예기치 못한 전화가 걸려오면 한번 의심해 보고 이상하다 싶으면 꼭 신고해 달라고 당부한다.
지난달 중순 대전에 사는 20대 여성 A씨는 '통장이 범죄에 이용됐으니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자신을 검사라고 소개한 수화기 너머 남성은 이어 A씨 이메일로 '검찰총장 명의' 서류까지 보냈다.
A씨는 난데 없이 통장이 범죄에 연루됐다는 말에 당황했고, 이 공문이 보이스피싱 조직이 가짜로 만든 서류임을 알아챌 겨를이 없었다.
긴 통화를 하며 '검찰 수사를 받으러 간다'는 메모를 남기고 나간 A씨를 수상히 여긴 직장 동료의 신고로 다행히 피해를 보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가짜 서류를 이용한 사례도 있었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최근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해 보이스피싱 피해자 6명에게 1억7천만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중국 국적 길모(27)씨 등 3명을 구속했다.
이들이 속한 중국 내 보이스피싱 조직은 20대 여성들에게 전화를 걸어 검사인 척 전화를 걸었다.
이어 '당신 명의 대포통장이 개설돼 범죄에 이용됐으니 돈을 모두 찾아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전달하라'고 속인 뒤 길씨 등이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 가짜 금융감독원 서류를 보여줬다.
피해자들은 이 서류에 '금융감독원에 돈을 대신 맡긴다'는 서명을 하고 현금을 건넸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기존 수법으로는 사기 행각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가짜 서류를 만드는 등 새로운 수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만든 가짜 공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허위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당황한 피해자들은 이 점을 눈치채기 어렵다.
A씨가 실제로 받은 공문을 보면, '중앙대검'이라는 존재하지 않는 조직의 이름을 쓰여있다.
서식 역시 정부기관에서 사용하는 정돈된 형식이 아닌 데다 공문서 나열한 법령도 틀린 내용이다.
그러나 보이스피싱 조직은 긴 통화로 피해자들의 정신을 빼놓고, 주변인들에게 말할 경우 불이익을 준다고 해 가짜임을 알아차릴 틈을 주지 않는다.
심지어 통화하는 동안 '데이터를 꺼라'라고 하고, 주변인에게 알릴 경우 피해 금액을 모두 변상해야 한다고 으름장도 놨다.
인터넷 도메인을 미끼로 한 신종 보이스피싱도 등장했다.
해당 보이스피싱 조직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수집한 도메인 등록인의 연락처로 '도메인 연장 제안' 견적서를 보낸 뒤 '1661-91XX' '1661-94XX' 등의 번호로 상담전화를 유도해 고액의 비용 결제를 유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컴퓨터 원격지원 프로그램을 악용해 피해자 통장에서 돈을 인출해 가는 신종 파밍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피해자에게 계좌가 대포통장으로 이용됐다며 컴퓨터에서 자금이체기록을 확인해야 한다고 속인다.
이어 피해자 컴퓨터에 원격제어 프로그램을 깔게 하고, 사기범은 피해자를 가짜 검찰청 사이트로 이끌어 사건 번호를 조회하게 한다.
그 뒤 계좌 지급정지·금융보호서비스를 신청한다는 명목으로 공인인증서번호, 비밀번호 등의 금융정보를 알아내 인터넷뱅킹으로 돈을 빼가는 수법이다.
저금리 상품으로 대출을 갈아타게 해주겠다며 기존 대출금을 가로채는 신종 보이스피싱도 기승을 부렸다.
경찰은 "수사기관이 공문을 보냈을 때는 해당 기관에서 보낸 공문이 맞는지 해당 수사기관에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게 좋다"며 "전화로 정부기관이라며 돈을 달라고 하면 무조건 보이스피싱으로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화를 걸어온 이들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비밀번호·공인인증서번호 입력을 요구하면 절대 입력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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