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홍준표 경남지사가 31일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최종 확정됐다. 이날 열린 전당대회에서 54.15%의 득표율로 김진태(19.30%), 이인제(14.85%) 의원 등을 큰 차로 따돌리고 본선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홍 지사는 후보 수락연설에서 "유약한 좌파 정부가 탄생하면 대한민국은 살아날 길이 막막하다"면서 "이제는 강단과 결기를 갖춘 스트롱맨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이로써 `5.9 대선' 진용이 거의 짜여졌다. 바른정당은 유승민 의원으로 확정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각각 문재인, 안철수 전 대표로 거의 굳어졌다. 앞으로 한 달여 동안 사활을 건 대선전이 본격화할 것이다. 이제 막 출발점에 선 홍 지사 앞에는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진보·중도 후보들보다 한참 뒤처진 지지도를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에 따르면 문, 안 전 대표가 각각 31%, 19%의 지지율로 선두권을 형성한 데 반해 보수 진영의 홍 지사와 유 의원은 각각 4%, 2%에 불과한 실정이다. 더욱이 안 전 대표가 한 주 만에 지지율이 9%포인트나 오르는 약진을 했으나 홍 지사는 오히려 2%포인트 떨어져 뒷걸음치고 있다. 이런 결과는 갈 길을 잃은 보수층이 보수 후보들 쪽으로 집결하기보다 중도인 안 전 대표에게 쏠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안 전 대표가 50대에서 25%, 60대 이상에서 27%의 지지를 얻어, 이들 연령대에서 문 전 대표를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게다가 혹시라도 문, 안 전 대표의 양강 구도로 굳어질 경우, 될 만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밴드웨건 효과로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다.
홍 지사는 대선 승부처로 보수·중도 후보들 간 단일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 경로가 '홍 지사-유 의원' 선(先) 단일화에 이은 안 전 대표와 후(後) 통합 단일화일지, '홍 지사-안 전 대표' 선(先) 단일화에 이은 유 의원과 후(後) 통합 단일화일지, 아니면 3자가 한꺼번에 단일화하는 식으로 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하지만 안 전 대표와 유 의원이 후보 단일화보다는 자강론을 내세우고 있어 단일화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반문(반문재인) 후보 단일화의 명분이 약한 데다 뿌리와 토양이 다른 각 당의 철학과 이념을 무리 없이 조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설령 후보 단일화가 된다 해도 그 후보에게 반드시 득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
다만 차기 정부가 협치와 연대, 나아가 연합 정부를 구성하지 않고선 국정 동력 확보가 여의치 않은 점을 고려하면, 후보 단일화는 단순한 대선 전략을 넘어서는 확장성을 가질 수 있다. 독자 집권 시 국회 선진화법 등에 막혀 '불능 정부'로 전락할 위험이 상존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대선 이후 국정까지 내다보는 큰 밑그림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홍 지사는 싫든 좋든 보수 진영의 대표주자 격인 후보다. 어떤 행보를 하든 그에 걸맞은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한다. 중도 세력과 통합하더라도 대북·안보 분야를 포함한 보수의 핵심 가치는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그 앞에 놓인 책무라고 본다. 공교롭게도 홍 지사가 후보로 확정된 날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수감됐다. 홍 전 대표는 "안타깝지만 박근혜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당내 뿌리 깊은 '박근혜 그림자' 지우기도 그 앞에 놓인 난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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