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성 여부 결정 차기 정부로 넘어갈 듯
(서울·세종=연합뉴스) 정책·금융·한은팀 = 주요 기관들이 올해 1분기 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보다는 높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작년 연말부터 나오던 추가경정예산(추경) 조기 편성론은 힘을 잃는 모양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코앞에 다가오면서 편성을 하더라도 차기 정부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데 큰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추경은 국가가 마련해 이미 확정한 예산안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 추가로 편성하는 예산을 말한다.
올해 1분기 추경 조기 편성론은 작년 12월 정치권을 중심으로 솔솔 피어나왔다.
작년 4분기에는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악화하면서 생산, 고용 등 각종 경제 지표가 고꾸라졌다.
그러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전망을 통해 추경 편성을 통해 적극적으로 경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치권도 맞장구를 치며 추경이 필요하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새누리당은 긴급 민생경제 현안 종합점검회의에서 2월이라는 구체적인 시한까지 제시하며 추경을 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조선업 구조조정과 실업 대책과 관련해 1분기 안에 추경 편성을 완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작년 7월 11조6천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한 상황에서 반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너무 빠르다는 등 반대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추경은 그 편성요건이 국가재정법에 엄격히 규정돼 있다.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발생, 경기침체·대량실업·남북관계의 변화·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만 추경을 편성할 수 있도록 요건을 규정했다.
올해 1분기 추경을 한다고 할 때 이 요건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모호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경기침체 사유가 현재 상황에 가장 가깝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2012년 이후 2014년(3.3%)을 제외하고 계속 2%대 성장을 하고 있어 급격한 침체가 나타났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가 작년보다는 안 좋지만, 추경 요건에는 부합하지 않는다"며 "전 분기 대비 0.3∼0.4% 정도의 성장이 계속되면 몰라도 지금 같은 경기 흐름에서는 추경 편성은 무리"라고 평가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2014년을 빼고 매년 추경을 해서 부채가 적지 않기 때문에 재원이 여의치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례를 봤을 때 1분기 조기 추경 편성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과 1999년,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9년 등 세 차례뿐이었다는 점도 조기 추경의 반대 근거 중 등장하고 있다.
정부도 유보적인 뜻을 나타내며 조기 추경 편성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 편성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1분기 지표를 포함해 상황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런 상황에서 1분기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소비도 반등하며 지표가 좋게 나타나자 조기 추경 편성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31일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작년 연말부터 이어졌던 정치적 불확실성도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다.
5월 대선까지 한 달 남짓 남은 상황에서 현 정부가 추경을 편성해 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쉽지 않다. 따라서 추경 편성은 차기 정부의 몫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2일 "새 정부가 경제부터 챙기면 추경 등의 재정정책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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