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김정남이 암살된 직후 현지 북한대사관이 피살자의 신원을 김정남으로 확인했다가 하루 만에 이를 부인하며 말을 바꿨다고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이 밝혔다.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할릿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을 만나 "(피살 당일)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에 사건을 알렸고, 북측 당국자가 와서 사망자가 김정남이라고 확인해 줬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그 이튿날 그들(북한대사관)은 사망자가 김정남이 아닌 (여권상 명의인) '김 철'이라고 말해왔다"고 말했다.
지금껏 북한은 지난달 14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피살된 북한인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아니라 '김 철'이라고 주장해 왔다.
사망자가 평범한 북한 시민이므로 정권 차원에서 그를 살해할 이유가 없다고 강변하기 위한것으로 해석됐다.
할릿 청장은 사건 초기부터 사망자의 진짜 이름이 김정남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알면서도 줄곧 '김 철'이란 이름으로 불러온 이유에 대해선 "전문 수사기관으로서 DNA 검사 등을 통해 신원이 명백히 밝혀지기 전까지는 여권상 명의로 그를 호칭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남의 여권상 국적을 혼동해 북한이 아닌 한국대사관에 연락을 취하는 바람에 김정남 암살 사건이 조기에 공개됐다는 일부 외신 보도를 부인했다.
그는 경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던 북한인 용의자 3명 전원에게 출국이 허용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모두 확보했다. 이들은 (조사에) 협조했다"면서 이들이 진술한 내용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는 30일 오후 김정남의 시신을 북측에 인도하고 김정남 암살을 배후지원한 혐의를 받아 온 현광성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의 출국을 허용했다.
다만 이들과 함께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에 은신해 온 것으로 알려진 북한국적자 리지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출국이 불허됐을 수 있다는 관측을 불렀는데, 사실이 아니었던 셈이다.
할릿 청장은 이들과 별개로 지난달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이용해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오종길, 리지현, 리재남, 홍송학 등 4명에 대해선 추적을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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