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그리스의 한 난민캠프에서 열악한 난민촌 환경에 절망한 시리아 난민이 분신해 중화상을 입었다.
그리스 관영 ANA통신은 에게 해 키오스 섬의 난민캠프에서 30일 시리아 남성이 분신해 신체 90%에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이 남성은 석유통을 든 채 동료 난민들에게 연설을 하던 중 경찰이 접근하자 자신의 몸에 불을 놓았다. 이 남성은 그리스에 망명 신청을 했으나 수 개월째 진전이 없자 절망에 빠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남성을 구하려던 그리스 경찰 1명도 화상을 입고 함께 병원으로 이송됐다.
작년 유럽연합(EU)과 터키의 난민 송환 협정으로 독일 등 서유럽으로 향하는 길이 막힌 탓에 키오스 섬에는 현재 약 3천500명의 난민이 열악한 생활 환경 속에 머물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터키로의 송환을 피하려고 그리스에 망명 신청을 했으나 수 개월이 소요되는 망명 절차를 기약 없이 기다리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인권단체는 그리스에 체류하는 대부분 난민이 정원을 크게 초과한 난민촌에서 최소한의 기본권마저 보장받지 못한 채 비참하게 생활하고 있다면서 그리스 정부와 국제 사회의 관심을 촉구해왔다.
한편, 그리스 전역에 6만 명이 넘는 난민의 발이 묶여 있는 가운데 난민을 이용한 범죄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리스 경찰은 이날 남아시아 출신의 이민자 23명을 감금하고, 이들의 가족에게 1인당 1천500∼3천 유로의 돈을 요구한 혐의로 26세의 그리스 남성을 붙잡아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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