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주서 5만원권 16묶음 주워…"100만원 넘는 돈 만져본 적 없어요"
(광주=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잃어버린 사람 마음은 지금 어떻겠어요."
경기 광주에서 파지를 수집하며 어렵게 살아가는 50대 여성이 비닐봉지에 든 수천만원을 주워 경찰서에 갖다 줬다.
1년 반 전 암투병하던 남편을 잃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생활하면서도, 그녀는 돈을 잃어버린 사람 걱정뿐이다.
이춘미(50) 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4시께 광주시 초월읍 지월리 일대에서 파지를 주워와 정리하다가 파지 안에 있던 검은색 비닐봉지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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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는 놀랍게도 5만원권 현금 16개 묶음, 7천990만원이 들어 있었다.
처음엔 잃어버린 사람 걱정에 직접 찾아주려고 나섰다가 여의치 않다고 생각한 이 씨는 다음날 오후 9시께 경찰을 찾아갔다.
광주서 경안지구대에 온 그녀는 비닐봉지를 내밀며 경찰관에게 "주인을 꼭 좀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경찰은 유실물법에 따라, 이 씨에게 보관증을 써주고 돈을 경찰서로 넘겼다.
돈이 범죄 관련성 없는 유실물로 인정될 경우 유실물종합관리시스템(www.lost112.go.kr)에 공고 후 6개월 이내에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습득자인 이씨가 세금 22%를 제외한 나머지 돈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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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주운 돈은 내 돈이 아니어서 당연히 주인을 찾아주려고 경찰에 갖다 줬다"라며 "잃어버린 사람의 심정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수년 전부터 광주지역에서 남편과 파지를 주우며 생활해 온 이 씨는 1년 반전 남편이 암으로 사망하자, 시동생 김용환(49) 씨와 파지를 주우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데다 3년여 전 백내장 수술 이후 가까이에 있는 것은 거의 보지 못할 정도로 눈이 안 좋아졌지만 한 달 30만∼40만원 정도 되는 수입이나마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파지를 줍고 있다.
이 씨는 "눈이 좋지 않아 다른 곳에 취직도 할 수 없는 형편"이라며 "평생 100만원 넘는 돈은 만져보지도 못했는데, 남의 돈이나마 이렇게 만져봤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제공한 다세대주택에서 아들과 생활하고 있다.
올해 스물다섯 된 아들이 학비 때문에 대학교에 복학하지 못하고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는 이 씨는 유실물법에 따라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돈을 받을 수도 있다는 설명에도 "내 돈이 아니므로 꼭 주인이 찾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동생 김 씨도 14년 전 부인과 사별한 뒤 딸(18)과 단둘이 지내면서 재작년 형이 사망한 뒤 형수인 이 씨와 함께 파지를 주우며 생활한다.
1t 화물차로 광주일대를 하루 8시간가량 돌며 파지를 주워와 고물상에 팔면, 3∼4만원가량 받지만, 기름값 등을 제외하면 손에 떨어지는 것은 하루 5천∼1만원 정도다.
그런데도 두 가족 형편이 어려워도 마음만은 넉넉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 씨의 선행이 기사를 통해서 알려지자, 일부 사회복지 단체로부터 "정기 후원하고 싶다"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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