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접안 부두 1㎞ 걸음 마다치 않는 추모 행렬 이어져
(진도=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함께 쑥 뜯던 단원고 학생 얼굴이 생각나 서울에서 달려왔습니다."
반잠수식 선박에 실린 채 목포신항에 들어 온 세월호를 직접보고 추모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온종일 이어졌다.
목포신항에는 세월호가 접안한 이후 첫 주말인 1일 가족 단위 추모객의 방문이 계속됐다.
추모객들은 세월호가 있는 곳과 1.2㎞나 떨어진 먼 곳에 주차하고, 긴 추모 행렬을 따라 걸은 뒤 정부 합동현장수습본부(북문)인근 철책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항만 철책 사이로 살짝 엿보이는 세월호를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 철책에 기대, 까치발을 하기도 했다.
정부 합동 현장수습본부(북문) 앞 출입구 철책은 노란 추모리본이 바람에 흩날려 물결치는 장면을 연출했다.
유가족이 철책에 매단 노란 리본에 뒤이어 이곳을 찾은 시민들도 추모 메시지를 적은 리본을 매달면서 철책 수십 미터가 노란 리본으로 가득 찼다.
추모객을 위해 마련한 목포역과 버스터미널에서 목포 신항을 오가는 45인승 셔틀버스도 이용객들이 많아지고 있다.
목포 신항만사무소 정문에서 내린 이들은 세월호가 보이는 북문 철책까지 걸으며 추모 행렬을 이뤘다.
셔틀버스를 타고 온 목포시민 중에는 장성한 아들의 손을 잡고 온 윤채신(82) 할머니도 있었다.
등이 굽어 지팡이를 짚지 않고는 걸음조차 떼지 못하는 윤 할머니는 "TV에서만 보던 세월호를 직접보고 추모하려고 왔다"며 밑바닥을 드러내고 누워 있는 세월호를 흐릿해진 눈으로 바라봤다.
초등학생 6학년 정봄(12)양도 아버지와 함께 목포 신항을 찾았다.
고사리손으로 추모 리본에 "하루빨리 진실이 드러나길 바란다"고 적은 정양은 철책에 정성스럽게 추모 리본을 묶은 뒤에도 한참을 떠나지 못했다.
세월호 목포 도착 소식을 접하고 전북 정읍에서 온 전계수(75)씨는 전날 세월호를 보지 못하고 발걸음 돌려 목포에서 하룻밤을 잔 뒤 이날 다시 찾았다.
전씨는 "세월호 소식을 듣고 마음이 너무 아파 열차를 타고 목포까지 왔다"며 "세월호에 자식을 빼앗긴 부모들의 마음이 얼마나 슬프겠냐"고 말했다.
목포신항을 찾은 50대 여성은 "단원고 세월호 희생자와 개인적인 인연이 있어서 서울에서 왔는데 단원고 여학생과 함께 쑥을 뜯으며 이야기하던 기억이 떠올라 견딜 수가 없다"며 옷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추모객들은 목포시 자원봉사 단체가 끓여 준 따뜻한 차 한잔과 라면으로 차가운 바닷바람의 추위를 녹였다.
목포시는 세월호가 접안한 목포 신항 주변에 추모객이 몰릴 것에 대비해 목포역과 버스터미널에 셔틀버스 12대를 투입해 운행 중이다.
세월호가 있는 현장 부두에서 1.2㎞ 떨어진 석탄 부두에 추모·방문객을 위한 대규모 임시주차장도 마련했다.
'세월호 잊지 않기 목포지역 공동실천회의' 등 시민단체와 봉사 단체도 라면과 음료를 추모객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지역 봉사단체 관계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방문하신 모든 분의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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