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음표에 담긴 우주…윤이상만의 사운드가 있죠"

입력 2017-04-01 17:34  

"하나의 음표에 담긴 우주…윤이상만의 사운드가 있죠"

'윤이상 솔로이스츠 베를린'서 연주하는 박제희 씨 인터뷰




(통영=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한국에서 태어난 작곡가 중 윤이상 선생만큼의 국제적 명성을 얻은 사람을 떠올리기 어렵습니다. 세계 어느 곳에서 연주를 해봐도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그런데 한국에서만 그를 잘 모른다는 게 참 아이러니합니다."

작곡가 윤이상(1917~1995) 작품에 정통한 연주자들로 구성된 '윤이상 솔로이스츠 베를린' 주자로 '2017 통영국제음악제'에 참여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박제희(46)씨는 1일 "편견 속에 가려졌던 그의 음악이 재조명되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이상 솔로이스츠 베를린'은 플루티스트 로스비타 슈테케, 오보이스트 잉고 고리츠키 등 윤이상의 음악을 수십 년간 연주해온 음악가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실내악단. 발터 볼프강 슈파러 국제윤이상협회 회장이 올해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음악과 인연이 깊은 연주자들을 모아 창단한 프로젝트성 악단이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 빈 국립음대를 졸업한 뒤 서울과 유럽을 오가며 연주 활동을 펼치는 박씨도 과거 통영에서 윤이상 작품을 연주했던 인연 등으로 이 악단에 합류하게 됐다.




그는 윤이상 음악의 가장 큰 특징으로 동양 음악과 서양 음악을 모두 끌어안은 점을 꼽았다.

"서양 음악에서는 음과 음이 모여 이루는 화성이 중요합니다. 하나의 음에 그리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죠. 그러나 동양 음악에서 하나의 음에는 처음과 끝이 있고, 고유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윤이상은 분명 서양 기보법으로 자신의 음악적 메시지를 전했지만, 그가 사용한 하나의 음에는 발생과 전개, 성장, 끝맺음이 다 담겨 있기도 합니다. 전 우주를 표현하는 것 같죠."

한 음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꺾이고, 사라지는 윤이상의 독특한 작곡법은 '주요음', '주요음향'으로 불린다.

윤이상 자신도 이러한 자신만의 작곡 방식을 붓글씨에 비교하기도 했다. 붓에 먹을 칠해 꾹 눌러 그리는 선이 두꺼워지기도 약해지기도 하듯 하나의 음에도 떨림과 상·하향적 움직임 등을 통해 끝없는 의미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씨는 "연주자로서 이러한 그의 음악을 이해하고 연주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일"이라며 "그러나 윤이상의 음악에는 딱 그만의 색깔이 있고, 그 '윤이상 사운드'는 너무도 매력적"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음악에는 남한과 북한의 대립 사이에서 많은 오해와 고통을 받았던 그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베토벤 사운드', '말러 사운드'가 있듯, 윤이상 음악도 들으면 딱 '윤이상이로구나'가 느껴집니다. 동양 음악으로도, 서양 음악으로도 규정할 수 없는 그 특유의 느낌이 있습니다."

'윤이상 솔로이스츠 베를린'은 이번에 그의 '협주적 단편', '낙양(洛陽), 바이올린·첼로·피아노를 위한 3중주', '영상'(images) 등을 연주한다.

이 밖에도 통영국제음악제에서는 윤이상의 주요 작품들이 풍성하게 소개된다.

세계적인 현대 음악 현악사중주단 아르디티 콰르텟은 윤이상의 현악사중주 3번과 4번을 연주하고, 빈 필하모닉 앙상블은 무속 의식을 음향적 환상으로 표현한 '밤이여 나뉘어라'를 선보인다. 쾰른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최수열의 지휘로 8중주를 들려주고, 폐막 공연을 맡은 서울시향(지휘 데니스 러셀 데이비스)은 클라리넷 협주곡을 연주한다. 윤이상의 오페라 '류퉁의 꿈'도 무대에 올려진다.

통영국제음악제는 4월 9일까지 이어진다.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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