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황금연휴] "어린 딸이 놀러가자 조르지만 일해야 해요"…아빠의 한숨

입력 2017-04-02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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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황금연휴] "어린 딸이 놀러가자 조르지만 일해야 해요"…아빠의 한숨

유통업체·중소기업·자영업 종사자들 "여행은 남 얘기"

(서울=연합뉴스) 유통팀 = 이틀 휴가를 내면 9일까지도 쉴 수 있다는 '5월 황금연휴'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일상에 지친 직장인들은 달력을 바라보면 없던 힘도 솟아난다.

발 빠른 이들은 일찌감치 해외여행 계획을 세우고 예약까지 마쳤다. 블로그 등에서 현지 맛집과 볼거리를 찾다보면 이미 마음은 여행지에 가 있다.

그러나 연휴를 생각하면 오히려 속이 쓰린 이들도 많다. 연휴에도 쉬지 못하고 일해야 하거나, 시간이 있어도 떠날 형편이 못 되는 사람들이다.


◇ "놓칠 수 없는 기회…돈 아깝지 않다"

올해 5월 초 연휴는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유난히 장거리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 많은 이유다.

징검다리 휴일에 많은 기업이 자체 휴무에 들어가거나 직원들에게 연차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일부 '용감한' 직원들은 열흘 넘게도 쉴 수 있다. '소심한' 직원이라도 닷새 정도는 무난하게 휴가를 다녀올 수 있다.

공연업계에 종사하는 윤 모 씨(29)는 꼭 보고 싶었던 재즈 공연을 보기 위해 라스베이거스 여행을 계획했다.

1월부터 미리 항공권을 알아보고 가격대가 높은 주말을 피해 목요일 출발하는 8박 9일 일정을 선택했다. 150만 원대에 왕복 항공권을 구했는데, 같은 항공권 가격은 지금 210만 원까지 뛰었다.

컨설팅 회사를 운영 중인 이 모 씨는 가족들과 열흘간 그리스 산토리니로 떠난다.

이미 2월에 예약을 끝낸 그는 "올해는 유례없는 긴 연휴 덕분에 평소 여행하기 어려운 그리스 여행을 계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포에 사는 직장인 최 모(33) 씨는 가족들과 함께 하와이로 여행을 간다.

최 씨는 "이미 항공권 예약과 리조트 예약은 지난해에 끝냈다"며 "항공권은 1인당 80만 원으로 그렇게 저렴한 가격이 아니었지만 '이렇게 맨날 일만 하고 살아봐야 뭐하나'라는 마음으로 표를 끊었다"고 말했다.

연휴에는 평소보다 가격이 훨씬 비싸고, 유럽 등 장거리 여행 상품은 그만큼 더 비싸지만 모처럼 찾아온 기회에 비용 문제는 일단 제쳐놓는다.

30대 직장인 최윤미 씨는 이미 석 달 전에 도쿄 항공권과 숙소 예약을 마쳤다.

그는 "황금연휴 기간이어서 여행비용이 평소보다 2배 이상 들기는 하지만 직장인이라 마음대로 연차를 내기 쉽지 않아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고 했다.

제약회사에서 일하는 미혼 김효규(36) 씨도 친구들과 일본 여행을 떠나는데, 항공권값은 비수기보다 비쌌지만, 숙소를 저렴한 비즈니스호텔로 잡아 비용을 줄였다.

4박 5일 여행비로 약 100만 원으로 잡은 그는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려고 휴가를 계획했다"며 "평소 고생한 나를 위한 것으로 생각하면 돈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 "국내여행도 좋아…해외여행은 비수기에"

아이 셋을 키우는 회사원 김재현(46) 씨는 황금연휴라지만 해외여행은 포기했다. 5인 가족이 여행을 떠나는 비용도 많지만, 아직 어린아이들을 보살피기도 쉽지 않아서다.

그는 "해외여행을 가고 싶지만, 가족 단위로 움직여야 하고 비용부담이 크다"며 "제주도도 평소보다는 비싸겠지만, 여행 기분을 낼 수 있게 1박 2이라 다녀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황금연휴 해외여행 인파가 사상 최대로 예상되지만, 국내여행지도 붐빌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 등 국내 주요 여행지 인기 숙박업소는 이미 예약이 마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여행 역시 연휴 기간에는 평소보다 복잡하고 비용이 더 들 수 있지만, 해외여행과 비교하면 부담이 적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홍 모 씨도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비행기를 장시간 타지 못해 국내여행으로 정했다.

그는 서울에서 KTX를 타고 부산에 내려가 맛집을 도는 '먹방투어'를 할 생각이다.

오히려 남들이 다 떠나는 연휴에 비싼 값을 치르고 해외여행을 가지 않는다는 '실속파'도 많다.

여행업계에서 일하는 김 모 씨는 "연휴에 워낙 가격이 비싸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해외여행을 엄두를 못 낸다"며 "해외여행은 비수기에 가고 이번에는 가족들과 제주도로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매년 3~4회의 해외여행을 즐긴다는 30대 초반의 미혼여성 차 모 씨는 "가격이 비싼 이런 성수기에 여행을 가는 건 초보들이나 하는 일"이라며 "징검다리 연휴도 필수 출근자는 필요하니 출근해서 회사에서 여유롭게 일을 하거나 PC로 영화를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 "연휴에도 일해요…집에서라도 쉬었으면"

남들이 황금연휴라고 들떠 있는 것을 보면 한숨이 나오는 사람들도 많다.

연휴에도 쉬지 못하는 많은 근로자와 유통 등 서비스 관련 업종 종사자들이다.

경기도 교외 한 아웃렛 골프용품 판매장에서 근무하는 한 모 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매년 어린이날마다 엄마 아빠와 함께 놀러 가자고 말하지만, 대목에 장사하느라 한 번도 함께 시간을 보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평일에 대체휴가로 쉬기는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주말과 연휴를 보낼 수 없어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특히 5월처럼 가족 행사가 많은 달에는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크다"고 한숨을 쉬었다.

대부분 자영업자에게도 황금연휴 여행은 꿈도 못 꾸는 일이다.

잠실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 모 씨는 "황금연휴라고 해도 식당 문을 닫을 수 없어서 여행은 남의 이야기"라며 "휴일이어서 가족이나 친구들과 외식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오기를 바라지만, 긴 연휴에 해외나 국내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니 혹시나 장사가 안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사정은 중소기업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연휴에도 공장을 멈출 수 없는 업체가 많아 여행의 꿈은 일찌감치 접었다.

중소기업 직원 김 모 씨는 "주위에 해외여행을 떠난다는 사람이 많은데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휴가를 낼 수 있다고 해도 연휴에 항공료 등이 비싼 데다 인제 와서 예약도 어려울 것 같다. 국내에서 하루라도 바람 쐬고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doub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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