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유조선→벌크선 개조…선사 "25년 됐지만 선박검사서 이상 없어"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축구장 3개 길이에 육박하는 초대형 화물선인 스텔라 데이지호가 남대서양에서 운항 중 침몰한 가운데 선원 가족들은 선박이 노후해 사고가 난 것이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2일 오후 스텔라 데이지호 선사인 '폴라리스 쉬핑' 부산 해사본부에서 열린 사고 브리핑에서 선원 가족들은 "평소에도 선박에 고장이 잦아서 선원들이 힘들어했다"고 주장했다.
문원준 3기사의 아버지는 "아들이 냉각팬이 고장 나 48시간 잠을 못 자고 고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사고가 난 스텔라 데이지호는 유조선에서 벌크선으로 용도가 변경됐고 선령이 25년이나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냉각팬을 고치러 잠도 못 자고 모든 선원이 달려들어 고쳤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정도라면 배가 몹시 낡은 것 아니었냐"고 말했다.
다른 선원 가족도 "평소에도 배가 고장이 많이 났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선원 가족은 구조된 필리핀 선원이 침몰 당시에 '화물선 선체에 크랙(금)이 생기며 많은 물이 들어왔다"고 증언한 것을 놓고도 의문을 제기했다.
한 선원 가족은 "저렇게 큰 배가 크랙이 발생했다고 침수가 돼 순식간에 가라앉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선박이 노후했기 때문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폴라리스 쉬핑' 관계자는 "사고 선박 선령이 25년으로 오래된 것은 맞지만, 각종 선박 검사를 받고 문제없이 운항 중인 배"라며 "비슷한 선령의 배도 운항 중인데 사고 원인을 섣불리 선박 노후 때문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날 밤 김완중 폴라리스 쉬핑 회장은 부산 해사본부를 찾아 선원 가족에게 고개 숙여 사죄하고 선박 노후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은 "유조선이었던 '스텔라 데이지호'는 2009년 1월 중국의 한 조선소에서 벌크선으로 개조하며 주요 기관이나 부품을 다 교체해 거의 새 배나 다름 없다"며 "배가 오래되긴 했지만 사고 원인을 명확하게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선원 가족들이 "새 배라면 선체에 어떻게 크랙(금)이 생길 수 있느냐"고 따져 묻자 김 회장은 별다른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조승환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은 이 자리에 참석해 선원 가족들에게 고개를 숙인 뒤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길이 311.29m, 선폭 58m, 적재 중량 26만6천151t의 초대형 화물선인 스텔라데이지호는 남대서양을 운항 도중 침수 직후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
배에는 한국인 8명, 필리핀인 16명 등 총 24명이 타고 있었고 현재까지 필리핀인 선원 2명만 구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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