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층 롯데월드타워에 불꽃 터지자…40만명 "와"

입력 2017-04-02 22:19  

국내 최고층 롯데월드타워에 불꽃 터지자…40만명 "와"

11분간 '불꽃쇼'…555m 타워가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로 변신

무단횡단·쓰레기에 석촌호수·도로 '아수라장'…성숙한 시민의식 아쉬워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양지웅 기자 = 2일 밤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하늘에는 불꽃이 터졌고 땅에는 인파가 밀려들었다.

이날 오후 9시 석촌호수 옆 국내 최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123층·555m)에서는 개장을 하루 앞두고 화려한 '불꽃 쇼'가 펼쳐졌다.

봄치고는 다소 찬 바람이 불었지만, 한동안 짙었던 미세먼지 농도가 이날 '보통' 수준으로 양호해 쾌청한 날씨였다. 다만 해가 저물며 기온이 떨어져 얇은 카디건이나 트렌치코트만 걸친 이들은 급히 신문지나 종이상자를 구해 덮기도 했다.

롯데월드타워 앞 행사장과 석촌호수에는 일찍부터 사람들이 모였다.

길가의 나무나 다른 사람이 롯데월드타워를 가리지 않는 '명당'에는 낮부터 '자리 쟁탈전'이 펼쳐졌다.

롯데월드몰과 석촌호수 사잇길에 설치된 메인 무대 출입문 앞은 무대에서 진행되는 공연과 불꽃놀이 모두를 정면에서 볼 수 있는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사람들로 입장이 시작된 오후 3시 이전부터 북새통이었다.

지하철 잠실역부터 석촌호수로 가는 길목의 모든 건널목에서는 사람들이 줄지어 길을 건너는 모습이 연출됐다.

행사를 주최한 롯데물산 측은 롯데월드타워단지와 석촌호수 등에 오후 5시께 18만명, 불꽃놀이가 시작한 오후 9시께는 40만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명당을 차지한 이들은 오랜 기다림을 각오하고 기꺼이 감내하겠다는 모습이었다.

넓은 돗자리를 펼쳐 자리를 잡고 누운 채 스마트폰으로 영화나 예능프로그램을 보면서 불꽃놀이를 앞두고 지루한 시간을 달랬다.

삼각대까지 받쳐놓고 사진촬영을 준비하던 정한교(70)씨는 "명당자리를 잡으려고 오후 1시에 왔다"면서 "불꽃놀이를 보러 대전에서 온 사람도 있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불꽃놀이가 시작하기 전 사람들 관심은 석촌호수에 등장한 '백조가족'에 쏠렸다.

2014년 석촌호수에 노란색 고무 오리 '러버덕'을 띄웠던 네덜란드 공공미술 작가 풀러렌타인 호프만이 띄운 백조가족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프로필 사진을 건지려는 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연인들은 셀카봉으로 연신 '커플 사진'을 찍고도 부족했는지 서로 번갈아 독사진을 찍어주느라 바빴고 진행요원들은 백조가족 앞에서 움직일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동해달라고 외치느라 분주했다.

롯데월드타워 750곳에서 11분간 3만여발의 불꽃이 쏘아진 불꽃 쇼는 말 그대로 장관이었다. 연신 불꽃이 터지며 오색 빛이 롯데월드타워를 휘감자 구경하던 사람들 입에서는 "와"하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붉은색 폭죽이 나선을 그리면서 터져 롯데월드타워가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로 변하자 사람들의 환호성은 더욱 커졌다.

사진기자를 방불케 하는 전문가용 DSLR 카메라부터 손바닥만 한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 태블릿PC까지 사람들은 모든 촬영기기를 동원해 화려하게 피었다 금세 사라지는 불꽃을 영상으로 담았다.

불꽃과 불꽃 사이 잠시 '쉬는시간'에는 사람들이 현장에 오지 못한 이들에게 카카오톡 등으로 사진을 전송해주느라 바빴다.

부모님과 함께 온 조은호군은 "불이 나는 줄 알았지만 너무 좋았다"면서 "좀 시끄럽고 추웠지만 그래도 멋있었다"고 생애 첫 불꽃놀이를 감상한 소감을 남겼다.






일각에선 홍보나 기대에 못 미쳤다는 반응도 나왔다.

안모(36)씨는 "나는 집 근처라 나와봤는데 (불꽃놀이를 보러) 일부러 멀리서 온 것이었다면 실망할 뻔했다"면서 "불꽃이 한 번에 확 터지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간격을 두고 터져 다소 김이 샜다"고 말했다.

이날 별다른 큰 사고는 없었지만 많은 인파가 모인 만큼 곳곳에서 무질서가 연출돼 아쉬움을 남겼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실종돼 눈살이 찌푸려지는 장면들도 보였다.

잠실역에서 석촌호수로 이동하던 사람들은 길이 막히면 기다리지 않고 화단을 가로지르는 등 길이 아닌 곳으로 걸어갔다. 불꽃놀이를 가까이서 보려는 인파가 갑작스레 대거 도로 위로 올라서는 바람에 당초 계획에는 없었지만 송파구청사거리에서 방이사거리까지 왕복 7차로가 통제됐다.






불꽃놀이가 끝난 직후에는 서둘러 귀가하려는 사람들이 7차로를 무단횡단해 도로는 차와 사람이 뒤엉킨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절정의 순간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불꽃의 교훈을 배우지 못한 이들도 많았다. 석촌호수 곳곳에는 사람들이 사용하고 남긴 돗자리와 먹고 버린 닭 뼈, 빈 맥주캔 등이 뒹굴었다.






롯데물산과 송파구청은 이날 안전관리요원과 봉사자 등 1천500명을 배치했다.

경찰은 5개 중대 약 350명을 동원해 질서를 유지했다.

소방당국은 약 250명의 인력과 소방차 등 장비 35대를 롯데월드타워 주변에 대기시켜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jylee2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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