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이집트 정부가 지난해 홍해에 있는 섬 2개를 사우디아라비아에 양도한 협약은 유효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이 판결은 이집트 고등행정법원이 이미 홍해의 티란과 사나피르 섬 양도 협약은 무효라고 선고한 것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이집트 언론에 따르면 긴급 사안을 위한 카이로 법원은 이날 정부가 사우디에 홍해 섬 2개의 양도 협약을 계속 진척시킬 수 있다고 판결하며 사실상 두 섬의 양도를 허용했다.
이 법원은 "주권 사안에 관해 판결을 내릴 권한이 고등행정법원에는 없다"며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판결은 이집트와 사우디 정부가 몇 달간 냉각기를 보내다 최근 양국이 다시 관계를 회복하는 와중에 나왔다.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과 살만 사우디 국왕은 지난주 요르단에서 열린 아랍연맹 정상회의에서 만나 정상 회담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의 유효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이집트 일간 알아흐람은 전했다.
이집트 변호사인 말렉 아들리는 "긴급 사안을 위한 법원은 하급심인 만큼 상급심인 고등행정법원이 내린 선고를 번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집트 중대 사안에 관해 의결권을 가진 의회도 지금까지 정부의 홍해 섬 양도 안건을 표결로 처리하지 않았다.
앞서 이집트 정부는 지난해 4월9일 살만 사우디 국왕의 이집트 공식 방문에 맞춰 홍해 상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티란과 사나피르 섬들에 대한 관할권을 사우디에 양도한다고 기습 발표했다. 이후 사우디는 이 섬들을 자국 영토로 공식 편입했다.
이에 이집트 야권 정치인과 안보 전문가, 일부 의원, 시민단체, 언론인 등은 이 결정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반발하며 소송을 냈다.
이집트 법원은 지난해 6월 1심 선고에서 섬 양도에 관한 양국 간 합의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당시 이 사건을 담당한 아흐메드 엘샤즐리 판사는 "티란과 사나피르 섬에 대한 이집트의 주권은 절대적"이라며 "정부는 이러한 사실을 바꿀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집트 정부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고등행정법원이 지난 1월 이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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