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EU, EPA 교섭 오늘 재개…자동차·농업 관세 협상 난항 예상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정부와 유럽연합(EU)이 3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경제연대협정(EPA) 체결을 위한 협의를 재개한다고 요미우리신문과 NHK가 3일 보도했다.
일본 스즈키 요이치(鈴木庸一) 전 프랑스 대사와 마우로 페트리치오네 EU 집행위원회 통상담당 국장 등 양측의 수석교섭관은 이날부터 사흘간 회합을 갖고 협상 타결을 위한 의견 조율에 나선다.
일본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결정한 뒤 EU와의 EPA에 공을 들이고 있다. EU 역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경기 위축을 걱정하고 있어 일본 시장에 매력을 가지고 있다.
양측은 당초 작년 말 '큰 틀에서의 합의'를 노리며 협상에 속도를 내왔지만, 관세 문제에서 견해차가 커 결국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올해 유독 EU 국가들의 선거 일정이 몰려있어 3월 안에 의견 접근이 이뤄지지 않으면 당분간 타결이 힘들어지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만나 협상을 연내에 타결하겠다는 메시지를 발표하며 꺼져가는 불씨를 다시 살렸다.
하지만 앞으로의 협상에서도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입장이 가장 명확하게 갈리는 것은 자동차와 농산가공품의 관세 수준이다.
일본은 EU가 일본의 자동차에 대해 부과하는 10% 관세를 즉시 철폐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는 반면, EU는 치즈, 와인 등 농산가공품의 관세를 없앨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은 자국 낙농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치즈 제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매기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은 EU에 철도 차량조달 등 지자체 사업에 대해 국제입찰을 의무화하고 자동차에 관한 안전기준을 완화해줄 것도 요구하고 있다.
협상 타결에는 각자의 정치 상황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이달 중, 독일에서는 가을에 각각 선거가 예정돼 있어 이들 국가는 일본과의 EPA처럼 국민들의 반발이 클 수 있는 사안에 대한 정치적 결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의 경우 한창 추진 중인 농업개혁 관련 법안이 성립되지 않으면 협상에서 농산품 관세를 양보할 수 없는 처지다.
일본 정부는 TPP와 EU EP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그간 추진해온 3가지 경제 협정 중 EU EPA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TPP는 계속 추진을 하겠다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지만 미국의 탈퇴 선언에 이미 힘이 빠진 상황이고, 중국 주도의 RCEP는 진행이 더딘 데다 협정의 수준에 대해 중국과 일본 사이의 시각차가 크다.
여기에 트럼프 정권에서 미국과의 무역 체계가 어떤 식으로 바뀔지 불안한 상황이어서 자동차나 전자제품 강국인 일본으로선 유럽이 매력적인 시장일 수밖에 없다.이와 함께 일본으로선 EU와의 EPA가 체결되면 장래에 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도 유리할 것이라는 속내도 가지고 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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